배커일기(2022년 4월 5일)

배달완료 1,000건 달성, '자전거 배달을 해볼까'하는 그대에게

by sposumer

3월의 자전거 배달은 재미가 없었다. 자전거 배달이 '놀이'가 아니라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 일이 재미가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그 일이 '돈'이 안된다. 둘째 그 일의 업무강도가 너무 낮다. 물론 이것말고도 일이 재미가 없는 이유는 많겠지만, 3월의 자전거 배달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위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창 배달이 넘쳐나던 작년 12월달과 비교하면 배달을 하기 위해서 배달 콜을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늘어났다. 배달 건수에 상관없이 배달 앱이 켜져있고, 내가 운행 중이라면 정액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배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배달완료 1,000건 달성이라는 목표 덕분에 꾸역꾸역 배달을 계속했다.

<사진 1. 2022년 3월 24일, 배달완료 1,000건 뱃지 획득. 정말 생각보다 기쁘지 않아서 나도 놀랬다>

3월에는 하루에 배달 10건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3월말에 어렵게 배달완료 1,000건은 달성했지만, 그 이후에도 배달 콜은 늘어나지 않았다. 여기에 남에 일 같지 않은 자전거 배달을 하던 분들의 사고 뉴스까지 들리니, 더욱 배달 의욕이 떨어졌다. 배민커넥트 자전거 배달의 최고 장점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한다'는 것인데, 내가 하고 싶을 때가 3월에는 별로 없었다. 배달이 많이 줄어들어서 시간적 여유도 있었으니, 배달을 마치고 결과를 엑셀에 기록하는 것 외에도 과정에 대해서도 적어둘 수 있었지만, 이것도 역시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도, 길을 가다보면 자전거 배달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전거 배달을 해볼까'하는 분들을 위해서 참고할 만한 사항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자전거 배달에 필요한 준비물이 먼저일 것이다. 나도 배민커넥트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한번 정리한 적이 있고, 온라인으로 검색을 해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https://youtu.be/yY8CvmkDLMQ

배달에 필요한 자전거를 빼고도 필요한 것들은 꽤 많다. 자전거 헬멧, 스마트폰 거치대, 배달가방, 후미등, 자전거 자물쇠, 전조등 등이 배달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것들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배달가방은 구매해야 한다. 이 준비물들에 대해서도 잘 찾아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보다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은 자신의 자전거 실력과 자전거 배달이라는 일을 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process)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탈때는 면허증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의 자전거 타는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자전거 실력은 일정한 거리를 얼마나 빨리 주파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는가를 뜻한다. 일상에서는 자전거를 두 손을 놓고 타지 않아도 되지만, 자전거 배달을 할때는 잠시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좋다. 아무리 좋은 장갑도 가끔은 스마트폰 터치가 되지 않아서 장갑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잠깐 자전거를 세우고, 장갑을 벗으면 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전거 배달을 하게 되면 마음이 급해져서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행동할 수가 없다.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라는 것은 명심하는 것이 좋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때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신호를 지켜야 한다.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인도에서 자전거를 탈때, 행인과 부딪치면 '대인 대 차 사고'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 배달을 위한 최소한의 자전거 실력은 바로 이것이다. 자전거 배달을 할때는 배달앱이 네비게이션이 된다. 이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자전거로 다니는 것이 어렵다면 자전거 배달을 하면 안된다. 이런 실력이 안되서 뒤에서 보면 불안하게 자전거 배달을 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일을 하다가 다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조금 더 자전거 연습을 하고 자전거 배달을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나도 '자전거 배달 일을 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내 브런치 '배커일기'를 보고 연락은 준 N씨 덕분이었다. N씨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의 일환으로 '우리동네 커넥터 – 플랫폼은 어떻게 도시 생활을 조율하는가(Infrastructural practices and politics in the making of urban space through everyday platform interactions)'라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 과정에서 자전거 배달을 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도 필요하다고 해서 만나게 되었다. 두 시간 동안 자전거 배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과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내가 '배달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듣고 이 부분을 정리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2. N씨에게 받은 명함. 아직도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할 배민커넥터를 찾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QR코드를 찍어서 접속해보시길...>


내가 자전거 배달 일을 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배달을 시작하기 최소 1시간 전에 스마트폰과 후미등을 완전히 충전한다.
(전기자전거라면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은 2시간 이상 소요)

2. 자전거 배달을 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3. 화장실을 간다.

4. 배달 가방에 휴대품을 점검한다.

5.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6. 자전거 자물쇠를 열고, 자전거를 꺼낸다.

7. 배달앱을 켜고, '신규배차' 스위치를 켠다.

대단한 일들은 아니고 1 ~ 4번의 순서는 변경되어도 무관하다. 그래도 생각보다 꽤 복잡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과정들이 배달 전에 진행되지 않는다면 자전거 배달을 원활하게 진행하기가 힘들다. 자전거 배달에 대해서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슬로건 혹은 컨셉으로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한다'는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을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사전 준비 혹은 과정이 필요한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최소한 사무실로 출근을 준비하는 과정보다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미리 계산을 해보아야 원활하게 자전거 배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배달에 한창 재미가 들렸을 때는 '쿠팡이츠'도 해볼까 생각했었다. 배달음식이 제때 나오고 배달지가 특수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1건 배달완료에 거의 20분 안쪽으로 수행이 가능할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아래 쿠팡이츠 폼푸 문자가 나를 자극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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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도 같은 내용을 카톡으로 받았다. 4월이 되니 다시 날아온 카톡을 다시 한번 음미하기 위해서 복붙을 하지 않고, 카톡을 보면서 타이핑했다. 다시 보아도 이건 정말 수행하기 어려운 미션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30일동안 쉬지 않고 자전거 배달을 해서 400건을 달성하는 거니까, 하루에 약 13건씩만 배달하면 된다. 배달이 가능한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계속 자전거 배달을 하면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야 하는데, 초반에 하루 13건 달성을 했다고 한달 내내 똑같이 배달을 할 수 있을까? 비가 와도, 몸이 피곤해도 위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 배달을 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자전거 배달은 다른 일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낮다. 그래서 점점 자전거 배달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전업도 아니고 부업으로 자전거 배달을 했던 나에게 돌아오는 배달 건수가 줄어드는 것은 괜찮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자전거 배달을 하다가 사고로 죽는 사람까지 생기는 현실이다. 얼마 전 서울시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는 두 아이를 혼자서 키우는 40대 엄마였다. 관련 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도보 배달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보려고 하다가, 면허없이도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마련해서 2월부터 자전거 배달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지자체 중 일부는 150만원 이하 전기자전거 구입 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고인에게 전기자전거 구입 비용은 얼마나 큰 짐이었을까? 고인은 이 전기자전거 구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무리한 운행을 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월 1일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자전거 배달을 하는 조합원이 외쳤다. ‘사람이 죽은 날에 쿠팡이츠는 5건 하면 추가 보너스를 주겠다는 알림과 문자를 보냈다. 적어도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 죽으면 조의를 표하는 게 예의 아니냐!’ 정신이 번쩍 들었다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배달 앱의 알림에 아무런 분노도 슬픔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 하나 죽었다고 배달산업이 멈출 리 없다. 다른 사람이 배달하면 그만이다. 죽은 이는 데이터에서 삭제될 뿐이다.

- 경향신문 2022년 4월 5일자 직설
<문제는 '산재전속성'이다> 중,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기고 -


자전거 배달을 하는 이유가 '사고가 나서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현재는 자전거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산재보험 적용받기가 어렵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운행시간에 관계없이 배달을 하는 사람에 대해 산재보험을 가입한다. 쿠팡이츠는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쿠팡이츠만 안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이 따릉이는 타지만 자전거 배달을 하지 않아서 배달하는 사람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문제는 국회에서 묵은지가 되어가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서 판단을 해주는 근로복지공단은 하나의 배달 앱에서 월 93시간, 115만원의 소득을 벌지 못하면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보상을 할 수 없다고만 한다.


갑자기 슬픈 사고 소식에 쿠팡과 관련 법률 개정을 하지 않는 정치인을 큐탄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는 배민커넥트 일반인 광고 모델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배민커넥트 광고 영상에서 '자전거 배달은 누구나 해볼만한 일이다'라고 부르짖었는데, 배달완료 1,000건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배달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다. 광고 영상에서도 괜찮은 부업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아직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자전거 배달을 전업으로 하기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이글을 읽고도 자전거 배달을 하고 싶다면 충분히 준비해서 무리하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자본주의는 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않고 단지 계산하기만 한다. 자본주의는 시간에서 모든 의미심장함을 앗아간다.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세속화된다. 그리하여 날들은 서로 같아진다.

- ‘리추얼의 종말(한병철 저)' 중 61~2 페이지-

내가 자전거 배달을 처음 시작할 때는 노동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통장에 입금되는 배달료를 보면서 처음의 의미심장함들은 사라졌다. 1건 배달완료 시에 1,000원을 더주는 송파구로 넘어가서 배달을 했고, 배달 중에 비나 눈이 오면 기상할증 1,000원을 더 받을 수 있어 기뻐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 싫어서 고층 아파트보다 저층 빌라를 좋아하게 됬다. 맛있게 조리하느라 바쁜 주방에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눈총을 주었다.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차도뿐 아니라 인도로도 내달렸다.


이런 죄책감을 조금 덜어준 것은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병원 의료진들에게 배달을 갔던 것이다. 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꺼리김 없이 말을 걸어주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배달 음식을 받아들고 기뻐해서 행복했다. 나의 자전거 배달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이 된 순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요즘 5살 아들이 즐겨보는 레고시티 어드벤쳐 만화영화에는 경찰 캐릭터 사자 인형 '커비'가 나온다. 갑자기 커비가 늘 하는 말이 생각났다.

가장 쉬운 방법이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니야!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할 때도 뭔가 도움이 되는 말 아닌가?


<사진 3. 1대와 2대 배달가방에 계속 붙이고 있었던 뱃지. 빗물 때문에 반은 녹이 쓸어버렸다. 나랑 같이 고생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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