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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파이 Nov 25. 2023

'낭만의 상실' SSG의 김강민 방출 사태

무지성 리빌딩일까? 어쩔수 없는 프론트의 결단일까?

11월 22일 KBO리그 2차 드래프트 결과가 나오자 프로야구 커뮤니티는 화산이 폭발하듯이 활활 불타올랐다. 1라운드 제일 첫 순번으로 지명되어 키움으로 이적한 최주환도 화제였지만, 23년간 와이번스를 지킨 '원클럽맨' 김강민이 4라운드 한화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한화 이적을 확정하며 팬들에게 편지를 쓴 김강민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 승리의 주인공 

김강민은 2001년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SK에 지명되어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SK왕조와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끄는 등 23년간 와이번스 영광의 시기를 지켜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단순히 오랜기간 뛴 선수라 그런 것이라면 최근 방출된 이재원도 2006년부터 17년간 한 팀을 지켜낸 선수. 하지만 이재원의 방출에 팬들은 김강민의 2차 드래프트 지명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재원이 단순히 오랜 기간 뛴 선수라면, 김강민은 팬들에게 가장 극적인 우승의 순간을 선물한 레전드였기 때문. 2022년 한국시리즈는 2023년 한국시리즈 3차전 오지환의 역전 홈런만큼이나 세손가락에 꼽힐만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2022년 한국시리즈는 키움과 SSG가 맞붙었다. SSG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터라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친 키움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키움이 무섭게 SSG를 몰아쳤고 2승 2패로 맞선 5차전 9회 키움이 4-2로 리드하며 SSG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9회말 SSG의 마지막 공격에서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첫타자인 박성한이 볼넷, 두번째 타자 최주환이 우여곡절 끝에 안타로 진루에 성공하자 SSG는 대타로 베테랑 김강민을 기용한다. 김강민은 키움의 투수 최원태에게 2스트라크-노볼로 몰렸지만, 최원태가 성급하게 승부하러 들어온 높은 직구를 받아쳐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린다. 


기적적인 5차전 승리 덕에 SSG는 우승을 차지한다.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 김강민은 미친 활약을 펼쳤다. 

1차전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3차전엔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트렸다. 주로 대타로 기용됐지만 시리즈 내내 결정적인 한방을 터트린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SSG 인수된 첫해에 팀 우승을 선물했다. 절친이자 MLB에서 KBO리그 돌아온 추신수와 함께한 우승이라 더욱 뜻깊었다. 



낭만이 없는 스포츠는 계산기 속 데이터일 뿐..

SSG팬들에게 꿈같은 우승을 선물한지 단 2년만에 김강민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강제로 이적을 당했다.' 차라리 팀에서 계약 해지를 당했다거나 은퇴를 합의했다면 자신의 의지가 어느정도 반영된 결정이라 해명할 수 있지만, 이번 사태는 SSG가 야구단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 김성용 단장은 "다른 팀이 지명할 줄 몰랐다."라며 김강민을 뽑은 한화를 탓하는 인터뷰를 남겼는데, 즉시전력감으로 김강민을 활용하려는 한화에게 잘못을 따지기엔 구차함이 크다. 심지어 한화 지명이 확정되자 김강민에게 부랴부랴 '은퇴'를 종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든 선수들과 예우하며 이별할 수는 없지만, 팀 역사를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렇게 이별한다는 것은 SSG가 앞으로 계획하는 미래 계획도 얼마나 허술할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벌써 SSG팬들은 팀이 김광현-최정과 어떻게 이별하려 할 것인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2023년 시즌이 끝난 후 동갑 친구인 추신수에게 "내년에도 랜더스에서 같이 뛰자."며 독려하던 베테랑의 빈자리는 2024시즌 SSG에게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SSG는 25일 김성용 단장을 경질하며 김강민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지만, 야구단에 미칠 악영향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최주환-이재원-김강민 등 주축 선수들을 방출하고 박종훈도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MLB식 리빌딩이 불가능한 KBO리그 여건상 SSG의 무차별적인 선수단 줄이기 움직임에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샐러리캡 리스크와 팀 내 고령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는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이런 식의 베테랑 쳐내기는 팀 내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팬들의 충성도를 흔드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김성근을 쳐낸 LG나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을 넘긴 이후 '효율적 투자'를 주창한 삼성이 이후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반면교사 할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SSG가 어떤 길을 걷게될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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