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기적
미국 프로축구의 뿌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1996년 Major League Soccer(MLS)의 출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국 축구의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는 1968년부터 1984년까지 운영되었던 북미 축구 리그(NASL)의 명암이다. NASL은 미국 내에서 축구라는 종목을 전국적인 규모의 프로 스포츠로 정착시키려 했던 최초의 진지한 시도였으며, 오늘날 MLS가 채택하고 있는 많은 제도적 장치들의 반면교사가 되었다.
NASL의 황금기는 1975년 브라질의 전설 펠레가 뉴욕 코스모스에 입단하면서 시작되었다. 펠레의 등장은 미국 대중에게 축구의 매력을 강렬하게 각인시켰으며, 이후 요한 크루이프, 프란츠 베켄바워, 에우제비우, 게르트 뮐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대거 미국 무대로 유입되는 이른바 '축구 빅뱅'을 일으켰다. 1978년 사커볼(Soccer Bowl) 결승전에 7만 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했던 기록은 당시 미국 내 축구 열기가 결코 작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함 이면에는 부실한 경영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다. NASL은 구단 간의 과도한 연봉 경쟁을 제어할 장치가 없었으며, 많은 구단이 수익을 초과하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다. 또한, 대부분의 경기가 거대한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열렸기 때문에 관중이 적게 들어올 경우 경기장 분위기가 냉각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결국 NASL은 경제적 불황과 선수 노조와의 갈등, 그리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로 인해 1984년 해체되었다. 이 실패는 미국 축구계에 깊은 상흔을 남겼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훗날 MLS를 설계한 기획자들은 NASL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단일 실체(Single Entity)'라는 독특한 소유 구조와 선수 연봉을 엄격히 제한하는 '샐러리 캡(Salary Cap)' 제도를 고안하게 된다. 이는 구단들이 무분별한 지출로 파산하는 것을 막고 리그 전체의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미국 축구의 부활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는 1994년 FIFA 월드컵의 미국 개최였다. 당시 FIFA는 미국에 월드컵 개최권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자국 내 1부 프로 리그 창설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993년 MLS가 공식 설립되었고, 1994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확인된 대중적 관심을 바탕으로 1996년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아래 표는 NASL과 초기 MLS의 구조적 차이를 보여준다.
1996년 MLS의 출범과 초기 시스템의 파격적인 실험
1996년 4월 6일, 산호세 클래시와 DC 유나이티드의 경기로 역사적인 첫걸음을 뗀 MLS는 기존의 축구 문법과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규칙들을 선보였다. 당시 리그 행정가들은 축구가 미국인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스포츠 시장의 입맛에 맞는 '미국식 축구'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승부를 허용하지 않는 '35야드 슛아웃(Shootout)' 제도였다. 정규 시간이 끝났을 때 점수가 같으면, 공격수가 골문으로부터 35야드 떨어진 지점에서 공을 몰고 가 5초 안에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득점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아이스하키의 페널티 샷과 유사한 형태로, 팬들에게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하려 했으나 골수 축구 팬들로부터는 축구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경기 시간 측정 방식에서도 전통적인 방식(0분에서 45분으로 상승) 대신 미국 미식축구나 농구처럼 45분에서 0분으로 줄어드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도입했으며, 심판의 재량에 맡기는 추가 시간 없이 시계가 0초가 되는 순간 경기를 종료했다.
선수 구성에서는 1994년 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중심을 잡았다. 타브 라모스가 리그 1호 계약자로 뉴욕/뉴저지 메트로스타즈에 입단했으며, 알렉시 랄라스, 토니 메올라, 에릭 위날다 등이 각 팀으로 흩어져 리그의 흥행을 이끌었다. 여기에 멕시코의 화려한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와 콜롬비아의 중원 사령관 카를로스 발데라마와 같은 해외 스타들이 가세하며 리그 초기 인지도를 높였다. 이 시기 구단들의 유니폼 디자인은 1990년대 특유의 과감하고 화려한 패턴이 주를 이루었는데, 캔자스시티 위즈의 무지개 무늬나 산호세 클래시의 형광색 상의는 오늘날까지도 올드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초기 10개 팀 체제에서 MLS는 미국 내 스포츠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미식축구 경기장을 임대해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열악한 잔디 상태와 넓은 관중석 대비 적은 관중 수로 인한 썰렁한 분위기는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특히 1996년 당시 필드 규격은 최소 폭 50야드, 길이 100야드로 현재 기준(최소 70야드 x 110야드)보다 훨씬 좁았는데, 이는 미식축구 필드 위에 축구 선을 그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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