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폴드 팀이 직접 경험한 영감 가득한 상하이의 공간 TOP 5
매니폴드 팀이 중국 상하이로 인사이트 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 함께 다녀온 3인방은 좁은 골목마다 자리한 보석 같은 공간에서 다채로운 재미와 가치를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식당, 칵테일바, 레코드바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경험의 형태를 구현하는 감각의 도시, 상하이는 어떤 도시로 기억되었을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매니폴드 팀이 직접 경험한 영감 가득한 상하이의 공간 5곳을 소개합니다.
상하이의 골목을 맴돌다가 우연히 들어간 한 칵테일 바. 올해 7월 문을 연 신생 매장이었지만, 공간 전체에 자신감과 프라이드가 느껴졌다. 브랜드 매니저 재훈이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묻자 바텐더는 망설임도 없이 주방으로 데려가 20분간 즉석 레슨을 해주었다. 그 장면이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한 친절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이라면 흔히 ‘나만 알고 싶은 기술’로 여겨질 만한 것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고 있었다. 대화가 완벽히 통하지 않았음에도 “궁금해? 알려줄게. 하지만 너, 나만큼 만들 수 있겠어?” 이런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들의 태도에는 경쟁이 아닌 자신감, 그리고 배움을 나누며 함께 단단해지는 문화가 내재하고 있었다.
추천 메뉴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지만, 일행들끼리 최고로 손꼽은 메뉴는 백차의 일종인 백호은침차를 인퓨징한 진에 쌉쌀한 여주, 키위, 라임주스를 더한 칵테일. 메뉴는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Captain George Flavor Museum>은 ‘뮤지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소비자 경험에도 오롯이 담겨있을 만큼, 박물관 컨셉이 명확하게 구현된 공간이었다. 샘플링과 센서리 중심의 경험 설계가 돋보였고, 콘텐츠별로 설정된 축을 따라 브랜드에서 준비한 내용을 세세하게 비교하며 경험할 수 있었다. 기획 단계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디테일을 경험으로 만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달까.
우리는 세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첫째로 동일한 지역의 동일한 토양에서 자란 네 가지 품종의 커피를 비교 시음하는 방식. 둘째로 동일한 원두를 에스프레소·라떼·티 블렌디드로 나눠 맛의 변화를 보는 방식. 그리고 셋째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의 향과 노트를 체험하는 방식이었다. 온도계가 트레이에 함께 서빙되는 모습을 보며 ‘이 정도까지 디테일을 설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렌디드와 싱글 오리진 등 원두 종류별로 구획된 VMD, 인더스트리얼과 빈티지 무드가 어우러진 인테리어 모두, 단순한 외관적 스타일링이 아닌 박물관이라는 브랜드 경험의 맥락과 맞닿은 구조적 설계로 느껴졌다.
추천 메뉴
브랜드 매니저 재훈이 스태프에게 레시피를 직접 물어볼 정도로 인상 깊었던 메뉴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기반으로 한 샘플러 세트였다. 아메리카노, 라떼, 그리고 우롱차와 과일 퓨레를 섞은 일종의 목테일까지, 세 가지 방식으로 구성된 메뉴로, 원두는 시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난창루에 자리한 레코드바 <Root Down>. <Fruty Shop>이라는 레코드숍 스태프의 추천으로 방문했다. 입구는 다소 찾기 어려웠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용한 외관과는 달리 경쾌하고 그루비한 분위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층고가 높아 시원했고, 군더더기 없이 완성도 높은 공간이었다. <Root Down>은 <Asia’s 50 Best Bars>에 선정될 만큼 이 일대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재즈 뮤지션 지미 스미스의 명반 에서 이름을 가져온 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공간 전체에 묻어 있었다.
추천 메뉴
디자이너 기범이 주문했던 마살라 칵테일을 추천한다. 마살라는 인도 요리에 자주 쓰이는 향신료 믹스의 일종으로 아시아 계통 요리에서 종종 보이는 식재료다. 칵테일은 계피·정향·팔각·라임잎의 향이 고루 퍼지며 마지막에 터지는 산초 열매의 풍미가 강렬했다. 스파이스가 보조가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거침없고 강렬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디렉터 이담의 리드로 찾은 또 다른 칵테일 바 <Paal>. 6~7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아 웨이팅이 길었다. 기다리며 들른 <Root Down>이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차를 잘 다루는 나라답게 인퓨징은 예상대로 훌륭했지만, 놀라웠던 건 여과(clarifying), 염지(brining) 같은 다이닝 테크닉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여주와 올리브 염지액, 요거트 여과액를 사용한 칵테일은 처음 경험해보는 맛이었고, 일행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교한 기술과 또렷한 맛의 뉘앙스가 인상적이었으며, 이곳이 왜 상하이에서 가장 붐비는 칵테일 바로 손꼽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생기 넘치는 상하이의 밤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추천 메뉴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의 향연으로, 칵테일을 마시다보면 메뉴 전체를 전부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중에 하나를 뽑아보자면 본문에 소개한 여주와 올리브 염지액, 요거트 여과액, 자스민과 라임즙을 활용한 칵테일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치만 다른 메뉴늘도 매우 훌륭하니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메뉴를 즐겨보길 권한다.
최근 상하이 커피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카페 <OPS>.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아침 10시부터 웨이팅이 기본 한 시간은 걸린다. 공간은 작지만 밀도가 높았다. 이곳의 커피는 원두가 지닌 향미를 오롯이 표현하는 기존 카페들의 메뉴와는 달리, 새로운 장르를 실험하는 매개체에 가까웠다. 다양한 식재료와 기법을 결합하여 칵테일을 만들듯, 이곳에서 내놓는 한 잔의 결과물에는 ‘커피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같이 간 일행 모두. 그 창조성과 완성도에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너무 앞서간 문물을 마주할 때는 말이 줄어드는 법, 우리가 경험했던 <OPS>의 커피는 그런 종류였다.
추천 메뉴
죽향우롱과 오트밀크, 요거트를 함께 섞은 <루비 다이아몬드>를 추천. 물론 이곳도 메뉴 하나하나의 개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행들과 함께 여러 메뉴들을 함께 경험해보기를 권장한다.
이처럼 상하이의 공간들은 ‘새로운 시도’로 경쟁하는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어요. 인구가 많아서인지, 생경한 조합이나 낯선 제조 방식에도 열린 사람들이 많았죠. 레시피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며 각 브랜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세우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작은 단위에서 깊이를 만드는 태도’였어요.
규모는 크지 않아도, 각 공간이 제공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주제가 명확했고 그에 걸맞은 논리를 분명히 갖고 있었죠. 레시피나 방식을 공유하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었어요. ‘앎을 나누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자연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작은 인원이 운영하는 공간이라도, 사람을 연결하고 경험을 나누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상하이라는 도시가 가진 창의적 에너지의 원천이자, 그들의 경쟁력이었죠.
매니폴드 팀은 이번 인사이트 트립을 통해 ‘작다’는 것이 결코 부족함이 아니라, 밀도를 높이는 또 다른 형태의 디자인임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이는 매니폴드가 추구하는 익숙한것과 낯선것의 조합, 감각의 여정에서 느끼는 생경한 자극들과도 닮아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정은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느끼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감각의 확장, 과감한 융합, 그리고 작은 단위 안의 디테일까지 매니폴드 팀은 각자의 시선으로 상하이를 해석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영감을 얻었을까요? 다양한 취향과 문화가 한데 섞이며 새로운 영감을 만들어내는 도시, 상하이. 그곳에서 매니폴드 팀이 포착한 브랜드 인사이트와 크리에이티브의 단서들을 다음 아티클에서 함께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