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에 맞는 여행지
답답하다.
안 그래도 백일이 갓 넘은 아이의 육아 덕분에(?) 집에만 있어서 답답한데, 집 앞에 마트에 가는데도 아기를 데려갈지 말지를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힘겹다.
코로나에, 변이 바이러스에, 통제에 쉴 사이 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규제가 업데이트되는 이 판국에 어디 식당 한 군데를 마음 놓고 가지를 못하는데 언감생심 여행이나 꿈꿀 수 있을까.
너무 답답한 마음에 과거 여행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여기로 여행 가면 코로나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맘이 좀 후련해지는 느낌이 나서 함께 나누려고 한다.
첫 번째 여행지는 ‘아이슬란드’다.
북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아이슬란드는 직항이 없어서 영국이나 노르웨이를 경유해서 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 나라는 몇몇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다가 차 한 대도 못 보고 몇 시간을 갈 정도로 사람이 적은 나라다.
당연히 코로나의 위험도 적을 것.
사람보다 양이 많고, 사람보다 자연이 더 귀한 나라.
이곳은 자연의 사이즈가 다른 나라다. ‘폭포’라고 해서 가보면 10개의 폭포가 눈앞에서 흐르는 장관을 볼 수 있고, 빙하 투어를 해도 빙하 지대가 워낙 넓어서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밥 먹을 시간에 식당에 가도 한산해서 마음껏 식사를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올 수 있고, 숙소도 우리만 숙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함께 숙박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없을 정도다.
이런 곳이라면 코로나의 걱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두 번째는 샌프란시코에서 4시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이곳도 참 사람 없다.
국립공원 가까이에 있는 숙소에 방도 띄엄띄엄 있어서 맘만 먹으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자연의 크기가 다른 곳이다.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쳐다보려면 고개를 하늘 높이 들어야 하고, 바위산의 위용이 남다른 곳이다.
국립공원 자체도 넓어서 공원 안 숲 속에 쉼터에 앉아 있노라면 한 시간 동안 오가는 사람 한 두 팀을 볼까 말까다. 그마저도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일이 많아서 비말 전도 같은 일은 상상하기도 힘든 곳이다. 침 튀기면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캠핑을 따로 할 수 있어서 텐트 안에서 생활한다면 사람들과 아예 만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코로나가 뭔가요?”라고 물을 수 있는 곳이다.
세 번째, 미국의 그랜드 캐넌에서 엔탈롭 캐넌으로 가는 도로다.
그랜드 캐년과 엔탈롭 캐년에는 사람이 많지만 그랜드 캐년에서 엔탈롭 캐년으로 가는 도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사람은커녕 차 한 대도 보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나는 이 도로를 밤에 이동한 적도 있는데,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으니깐 도로인데 도로가 아닌 것 같아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만약 좀비가 있다면 이 도로는 피하지 않았을까. 좀비들도 굶주려서 죽을 수밖에 없는 도로기 때문이다.
나중에 기사를 봤더니 이 도로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도로라고 하더라. 그만큼 황무지에 사람은커녕 차도 거의 없는 도로다.
코로나 시대에는 역시 사이즈는 크고 사람은 거의 없는 지역으로 여행을 가야 할 것 같다. 원래 여행은 사람 구경이 제일인데, 이제는 사람이 아닌, 자연이나 동물만 실컷 구경하고 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피해 여행을 다닐 궁리를 하다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씁쓸한 현실이다. 언제쯤 가슴 두근거리며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꿈이 되어버린 지금이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