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와 함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를 보고 참 많이 놀랐다.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 봐왔던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한 다른 접근방식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고, ‘외계인과는 저렇게 애를 쓰면서 대화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 때문에 놀란 것이다.
8년간 남편과 연애하면서 한 번도 불통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 출산 후, 남편과의 소통이 막혔다. 분명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는데도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 그 당시에 나는 밤에 잠들 때 남편과 나는 분명 다른 별에서 온 인류일 거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
같은 지구인이라면 이렇게 말이 안 통할 수 있을까? 분명 ‘기억’을 이야기하면 최소한 ‘니은’은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데, 쌩뚱맞은 말 ‘삐까라 뽕빠’(내가 생각하는 외계어)를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엄마의 한 마디. “니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해.”
“니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해.”
엄마의 이 말은 엄마의 삶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남편을 겪으며 살아온 엄마들의 공통된 말이기도 하며, 주말 드라마나 아침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남편과 말이 안 통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깐 이 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덧붙여 이 말이 이토록 무섭고 짜증나는 말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소통이 안 돼도 입 닫고 귀막으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함께 복닥복닥 살게 되니, 나만 입 닫고, 귀 막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남편과의 불통은 결혼 생활을 이렇게 짜증나고 힘들게 만들 수 있는 거대한 것이었다. 그것도 한때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과 불통이라니….
영화 컨택트에 나오는 언어학 박사 루이즈 뱅크스 박사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지구에 온 외계인들과 기어코 소통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내 남편과의 소통이 이 영화의 언어학 박사처럼 대단한 건 아닐지라도 나도 요즘에는 짱나별(내가 남편이 태어났다고 믿는 별)에서 온 외계인 남편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의 언어를 해석하고 이를 다음번에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노하우를 익힌다고 해야 할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나도 숨 좀 쉬면서 살고자 하는 일종의 투쟁이라고 해야 맞을까.
이렇게 좀 애쓰면서 살면 나도 언젠가는 도를 닦다 닦다가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력이라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예지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인내심 고수는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