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만하면 찾아오는 문의 전화
벌써 북카페 영업을 종료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사실 영업을 오래 하지 않기도 했고, 유명한 북카페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잊힐 줄 알았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망한 북카페라고 놀림받는 것도 싫었고, 도망치듯이 짐을 싸서 나오면서 북카페 문을 닫는 게 왠지 내 인생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 시작은 참 설레고 좋았는데, 끝은 이렇게 씁쓸할 줄이야. 매장을 운영할 때에는 너무 바빠서 북카페 운영 일지라는 걸 써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를 회상하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만 같아서. 잊힐 권리를 운운하면서 시작한 글이었는데 잊히지 않으려고 기록을 남기는구나.
사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북카페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에 대한 글을 쓰면서 뒤돌아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지! 했다. 새로운 사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는 요즘도 문득문득 예전에 운영하던 북카페 이름을 찾으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마지못해 북카페 영업을 종료한 아쉬움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찾아준 반가운 마음일까, 그것도 아니면!! 영업할 때는 찾아오지도 않더니 영업을 종료하니까 이제야 찾아주는 거냐! 하는 억울한 마음 때문일까.
1회 차 북카페 영업을 종료하고 지금은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때가 그리운 것 같다. 그때 홧김에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버텨봤으면 지금은 좀 괜찮아졌으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데 망한 사장님의 이야기는 잘 없는 것 같아서, 망한 북카페 사장님의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내 주변에는 카페 사장님을, 책방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망한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카페도! 서점도!!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고 있지만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나의 망한 사장님 일기를 보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