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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이월의 봄 Sep 20. 2023

<공간의 미래>를 읽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고리 걸기

<공간의 미래,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p.297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5천만원 이상의 연봉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천 시시(cc)이상의 중형차를 끄는 것이다. 모든 기준이 정량화된 지표다. 반면에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중산층의 기준이 나만의 독특한 맛을 낼 줄 아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같은 정성적定性的 기준들이다. 이렇게 가치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이 전체주의적이라 부를 만큼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량적 가치관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p.299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을 수 없는 사회다 보니 불행한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성향은 모두 다른데, 모든 사람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끼워 맞춰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 사회에서 추구되는 삶의 형식이 10가지가 된다면 행복한 사람이 10배 늘어날 것이다. 100가지가 되면 100배 늘어날 것이다. 추구하는 삶의 다양성을 키워가는 것이 소득 3만 달러를 넘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다. 다양성을 키워 가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은 주거 형태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물건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거에서 디자인의 다양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가장 쉬운 것은 아파트 디자인을 다양하게 하면 된다.


읽고 좋았던 책들 중에는 가끔 이렇게 컴퓨터로 정리를 하는 책들이 있다. 요약해서 개괄식으로 정리할 수도 있겠지만, 분량이 다소 많아지더라도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문어체와 구어체의 차이는 있겠지만, 글에도 사람의 색과 멋이 깃들어 있어 원문 그대로 옮길 때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내용을 접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강연을 듣는 것처럼.


<공간의 미래>는 건축가로서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세상과 변화하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현재를 넘어 미래로 이어진다.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이 사회를 바꾼다"


인문 도서의 경우, 책의 목차를 읽어보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종교, 교육, 기후변화 등 건축가 시선에서 바라본 다채로운 주제들이 흥미롭다. 중간중간 사진도 함께 실려 있어(예: 서울 한강 전망 VS 뉴욕 허드슨강 전망 등)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재미나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예측대로 미래가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앨빈 토플러 조차 미래엔 모두 재택 근무를 하면서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에서 살게 될 것이라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도시를 떠나지 않았고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 갖는 고유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의 예측이 AI의 예측보다 더 부정확하고, 심지어 거짓 선지자가 될 위험성까지 떠안게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인간의 예측에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 혹은 꿈이 한스푼 들어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에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고 그에 따른 고민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공간의 미래>의 닫는 글은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로 끝을 맺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선택들은 어쩌면 조금 더 먼 시간을 헤아려보며,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고리 걸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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