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를 채운 생각들

글감 정하기

by 봄치즈

혹시 성인 ADHA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 남편에게 말하자 내가 ADHA면 온 세상 사람당 그럴 거란다. 하긴 엉덩이 무겁기로는 누구한테 안 질 자신은 있다. 화장실 가기조차 귀찮아서 웬만해서는 한번 앉으면 안 일어나니 겉으로 보기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수십,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하는지.


일에 집중을 하다가도 바로 오늘 해야 할 다른 일이나, 어제부터 계속 신경이 쓰였던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리고 혹시나 잊어버릴까 봐 황급히 다이어리를 꺼내 생각날 때마다 리스트업을 한다. 그러나 갑자기 떠오른 어제 본 영상. 그 안에서 인상 깊었던 문구가 뭐였더라 핸드폰을 집어 들어 찾아본다. 또다시 꼬리를 무는 몽상들. 그때마다 다이어리 여백에 떠오르는 단상들을 단어,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이 늦잠에서 깨 엄마를 부르기 시작하고 정신 차려보면 끼니 시간. 아침과 점심을 챙기기 바쁘다. 그러다 다시 자리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보니 아침에 처음 열어둔 컴퓨터의 일 문서가 그대로 펼쳐져있다. 그동안 뭘 한 거지.


그럼에도 짧게 짧게 할 수 있는 ‘나만의 몽상’ 시간은 언제나 즐거운 즐거운 취미다. 단 10분이라도 좋아하는 커피 향과 함께 생각을 나래를 펴고 때때로 기분 좋은 사각거림을 들으며 짧은 글을 적는 시간.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잠깐의 틈이 있을 때마다 일어나기에 대부분 산발적이고 파편화되어 있다. 설사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있더라도 여러 방해 요소로 금방 흐름이 끊기니 내가 무엇을 생각했었나 나중에는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고로 모래성처럼 금세 사라지자 않도록 ‘나만의 작은 즐거운 생각들을’ 의지를 갖고 잡아야만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의 글감 소재를 하나 정해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몽상의 시간을 가질 때마다 이 단어들을 떠올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펼쳐나간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과 연관 시켜기도 하고 기억 저편의 추억들을 건드려보기도 한다. 나중에 잊을까 다이어리에 짧게 관계된 무언가를 적기도. 그러다 보면 소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지라도 오랜 시간 몰입하게 만드는 생각에 매몰될 때도 있다.


아이들은 잠들고 드디어 찾아온 나만의 늦은 밤. 가느다란 실로 붙잡고 있었던 다이어리 및 내 머릿속 단어들을 조합하여 문서로 써 내려간다. 대부분 피곤감에 몽롱해진 새벽녘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내 속을 가득 메꿔준 오늘 하루 동안의 작은 생각들이 작은 실에 얽혀 글의 형식으로 짜여 나올 때의 뿌듯함이란.


소소한 즐거움이지만 오늘의 작은 나의 하루가 의미가 있게 마무리된 느낌. 오늘의 나는 이랬구나. 내가 매일 무언가를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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