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위화의 책 <인생>의 서문에서 ‘익숙함’에 대해 언급한 작가의 말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거라 느끼곤 한다. 익숙함이란 자신의 습관과 생각에 따라 진행되고, 익숙지 않은 것은 자신의 생각과 습관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익숙한 것은 무엇일까. 거의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는 만큼, 그 시간들을 채우는 일들과 함께하는 환경들이 나에게 익숙한 것들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매일 하는 산책길도 항상 같은 코스다. 계절이 달라질 때마다 꽃과 나무 등에서 보이는 변화를 즐겁게 감상하기도 하지만, 어제 본 꽃 색깔이 오늘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것 같다.
불고기, 부대찌개, 파전, 오징어볶음 등 매 끼 자주 먹는 음식 또한 만들기 단계부터 매우 익숙하다. 양념장을 만들 때도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눈대중으로 적정량의 양념들을 섞는다. 맛도 보지 않고 가족들에게 내어준 뒤, 남편이 먹고 나서야 간이 맞는지 묻곤 한다. 맛있다는 대답 또한 기대했던 익숙한 반응이다.
작가 위화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느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일부러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를 만나야 한다."
현재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상 유지는 '도태와 고립'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 오늘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자!
레시피 앱에 들어가 한식이 아닌,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간단해 보이는 요리를 무작정 골랐다. 마침 연어가 있어서 선택한 메뉴는 '일본식 오차즈케'였다. 밥 위에 구운 연어, 김, 고추냉이, 절임 채소를 올리고 다시마 국물을 부어 먹으면 되는 요리란다. 다행히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였다. 조리법에 나온 대로 필요한 양을 세심히 맞춰서 만들었고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라 가족들의 반응 또한 궁금했다.
"음… 신기하네. 은근 건강식이네. 채소도 있고."
약간 심심한 듯한 맛이라 남편에게는 맛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본래 빈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맛없다'라고 안 했으니, 이 정도면 성공인 듯.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채소도 먹일 수 있어 뿌듯한 새로운 시도였다.
저녁 식사 후 나서는 산책 시간. 오늘은 항상 가던 오른쪽 대신 왼쪽 길을 택해본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익숙지 않은 길을 걸으니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풀내음마저 새롭게 다가온다. 평소보다 주변을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흥미로운 산책이었다.
'익숙함에 맞서는' 작은 도전이었지만, 덕분에 요리와 산책의 영역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작은 용기로 내 익숙함의 반경을 조금씩이라도 넓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