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알수 있는 강점검사
나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싶다. 스스로에게 건넨 말이라곤 고작 이런 것들이었다.
'왜 이리 피곤할까.' '내일 이거 잊지 말고 해야 해.'
바쁜 일정에 발목을 잡는 내 체력을 탓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말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바라볼 때는 달랐다. 어떤 성격일까, 무엇을 좋아할까, 나중에 뭘 하고 싶을까 — 아이 본연의 모습이 그저 궁금하고 사랑스러웠다.
문득, 그 대상에 '지금의 나'를 놓아보기로 했다.
지금 기분은 어때? 일을 할 때 행복해? 어떤 시간에 가장 설레? 어떤 일을 잘해? 원래 어떤 아이였어?
몇십 년을 나로 살아왔는데, 막상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학 시절, 직장 다닐 때는 모두들 나를 외향적이라 생각할 정도로 일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내 삶 속의 나는 분명 내향적이다. 그리고 그 생활이 좋기도 했다. 여러 질문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더 깊이 파고들어 보니 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하루 중 반드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였다. 어릴 적에 가지고 있었던 모습들 중 변하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물음들을 품은 채 이것저것 책도 읽고 강의도 듣다 보니,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잘 파악하게 도움을 준다는 강점검사, MBTI 등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해서 검사를 해보았다.
1. 갤럽 강점검사
우선 갤럽 리서치회사에서 제공하는 Strengths Finer강점검사의 결과로 나온 나의 강점은 아래와 같았다.
Relator (관계형) — 깊은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성향
Intellection (사색형) — 혼자 깊이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성향
Individualization (개별화) — 사람마다의 차이를 민감하게 이해하는 성향
Responsibility (책임감) —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성향
Discipline (규율) — 자신만의 루틴을 세우고 꾸준히 실행하는 성향
신기했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본 것 같은 결과였다.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면서도 정작 '친하다'라고 느끼는 관계는 손에 꼽을 만큼 소수인 것, 혼자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걸 즐기는 것, '사람은 다 다르다'는 전제 아래 일반화를 경계하는 것, 한번 맡은 것은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하고 데드라인은 죽을 각오로 지키는 성격, 나만의 루틴을 세우고 그걸 지키는 데서 안정감을 얻는 것까지 — 전부 맞았다.
무엇보다 이 검사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무리하게 고치려 하지 말 것. 내가 부족한 부분은 그것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과 팀을 이뤄 서로 도와가며 하면 되는 것이고, 나아가 이러한 검사를 통해 가족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강점을 파악하면 그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그 관계를 대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2. MBTI
MBTI도 해보았다. 심리학자들에게는 신뢰도 높은 척도로 인정받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 실제 모습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반영되기도 한다고도 하고 — 그럼에도 나의 성향을 큰 범주로 가늠해 보는 데에는 꽤 유용했다.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가. 네 가지 축이 만들어내는 열여섯 가지 유형. 정답이라기보다는 '나는 어느 쪽이 더 편한가'를 따져보는 거울 같은 것이었다.
첫 번째는 에너지의 방향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난 뒤 충전되는 느낌이 드는가,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가. 전자라면 외향(E), 후자라면 내향(I)에 가깝다.
두 번째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실에 집중하는 편인가, 아니면 '이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안에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편인가. 전자가 감각(S), 후자가 직관(N)이다.
세 번째는 결정하는 방식이다. 어떤 선택을 앞에 두었을 때 논리와 객관적인 근거를 먼저 따지는가, 아니면 이 결정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맞닿아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가. 전자가 사고(T), 후자가 감정(F)이다.
네 번째는 살아가는 방식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서 움직일 때 안심이 되는가, 아니면 정해지지 않은 여백 속에서 오히려 자유롭고 유연하게 반응하는 편인가. 전자가 판단(J), 후자가 인식(P)이다.
그 결과 나의 MBTI는 INFJ였다. 흥미로웠던 건 F(감정)가 52점으로, T(사고)와 거의 반반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판단하는 편이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예술적인 무언가를 마주할 때면 감정이입이 깊어지고 공감의 온도가 확 올라가는 편이니까.
이러한 검사들을 해본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지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부족한 면에 주의를 주기보다는 나의 강점과 그것이 잘 드러나는 편안한 상황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예전처럼 '적응해야지'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그럴 수 있어.' 하고 내 편에 서주는 일이 많아졌다.
나아가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권해서 함께 해보았다. 그 결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그들의 면모들, 정반대 축의 성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 또한 '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일 뿐'이라며 조금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적성검사나 지능검사는 챙겨봤으면서 정작 자신을 위한 검사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엄마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나조차 잊고 있었던 나만의 가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알기 위해 작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는 것. 그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을 것이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에게 선물을 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