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IME] 작은 관심에서 펼쳐진 새로운 취미들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데이트를 하면서 열린 문들

by 봄치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것들을 몇 장의 종이에 빼곡히 휘갈겨 쓰는 것, 이른바 '모닝페이지'를 시작하면서 마주한 건 후련함이었다.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잡념들을 쏟아내고 나니, 그 아래 눌려 있던 나만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페이지를 채우고, 일주일에 한 번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면서 제일 먼저 다시 만난 건 글쓰기독서였다. 결혼 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었다.


신기한 일은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이 조금씩 익숙해질수록, 또 다른 새로운 문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뒀던 것들. 어른이 되면서 바빠서, 혹은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시작하는 게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 열지 못했던 문들. 어릴 적 관심은 있었으나 남의 이목으로, 아니면 시간이 부족해 시도조차 못했던 것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들이었다.


'해보고 싶다', '흥미로워 보인다', '재미있겠다'


이러한 생각을 해본 것도 참 오래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 감정을 갖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시도해 본 것은 아이패드 굿노트로 그림과 함께 그리는 그림일기, 아이패드로 이모티콘 만들기, 캘리그래피 등이었다. 사실 '똥손'이라고 생각하며 절대 나와는 연관 지을 수 없는 창의적인 일들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에 더해 그 과정에서 다시금 소중이 찾았던 내 어릴 적 꿈과 관심은 바로 노래, 뮤지컬이었다. 여전히 뮤지컬, 연극, 공연 관람은 취미였는데 그 시작점으로 올라가니 중학교 1학년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본 이후부터 여러 공연들을 홀로 보러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VIP표 가격이 당시 나에겐 턱없이 비싼 가격이었지만 몇 달간 용돈을 모아 표를 사고 홀로 공연장을 찾아 배우들의 바로 앞에서 그들의 숨소리 그 열기에 빠져있는 동안만큼은 더없이 행복했다. 그러면서 한 때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었다. 이는 당시 예술 관련 직업을 터부시 하는 풍토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성량이 좋지 않아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은 안 하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고 등 여러 장애물로 사라진 꿈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공연들을 보러 다니고 아이가 학교 합창을 하고 싶다고 할 때 누구보다 지지를 했던 기억도 떠오르면서 암암리에 나의 어릴 적 꿈에 대한 열망이 반영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발레, 재즈댄스부터 기타까지. 생각해 보니 어릴 적 나는 '호기심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길 좋아하는 아이였었다. 그일, 집안일, 육아의 틀 안에만 갇혀있었던 현재의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한 번 다시 배워볼까.


내가 설레어했던 많은 것들 중 하나라도 나를 위해 다시금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일주일에 한 번 나를 위한 시간으로 30분씩 발성 및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곳을 찾아 10번 레슨을 등록했다. 물론 등록하는 순간까지 시간이 안나 레슨을 다 못 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걱정에 추진조차 안 한다면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 10번을 채우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레슨을 가기 위해 일이 끝나자마자 저녁만 차려놓고 저녁대신 레슨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이후 계속 이어서 하진 못했지만 언제든 시간 여유가 조금 더 나면 하리라는 의욕을 갖기에 충분한, 개인적으로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와 더불어 명상에 대한 취미도 새로이 생기게 되었다. 코로나 팬더믹이 주는 우울감과 중년을 맞이하면서 오는 마음의 변화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매일 새로이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육아 갈등과 그에서 오는 심적 부대낌 등은 자연스레 '마음 챙김'의 분야로 나를 이끌었고 여러 관련책들을 읽으면서 명상으로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체력관리를 위해 다니던 요가에서 수업 시작과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명상의 시간 또한 나에게 많은 힐링의 시간을 주었고 꾸준히 하고 만드는 나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자신 있게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잘하는 취미'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좋아하고, 그 안에서 설렘을 얻을 수 있는 취미들이 생겨난 것만으로도 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 충분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결코 외로운 시간이 아닌 나를 충만하게 만드는 너무도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 것이다. 가족이 아닌, 나 자신에게 온전히 빠져 나만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재능과 창의성을 발견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소소한 행복감은 어쩌면 내가 그토록 갈구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묘미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고 누릴 때의 그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면. '나만의 시간'을 꼭 가지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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