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IME] 내가 좋아하는 것 찾기

아티스트웨이를 만나다

by 봄치즈

바쁜 워킹맘의 스케줄 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나를 위한 시간', 막상 그 귀한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적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강조하는 책과 강의에서는 하나같이 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하고 싶었던 것을 하라고. 그런데 그게 대체 무엇이었을까.


혼자만의 고요함이 좋아 10분씩 일찍 일어나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매일 아침 적어도 30분 이상 (때로는 한 시간이 넘기도) 이른 시간을 갖게 되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나만의 정적을 누리다, 문득 이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한참을 생각해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막막한 마음에 1~2년 전, 5년 전, 10년 전, 아니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무엇을 하면서 즐거워했는지 천천히 되짚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 아내라는 역할에 치우쳐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진정한 나’에게 다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나는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할 무렵,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이 쓴 <아티스트 웨이(The Artist's Way)>를 만났다.

이 책은 모든 사람 안에 창의성이 본래 존재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두려움, 자기 검열, 완벽주의 같은 것들이 그것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창의성'을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라 12주 워크북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주 읽을 내용과 질문, 과제, 창의성 훈련이 주어진다.


핵심 방법은 두 가지다.


모닝 페이지(Morning Pages)와 아티스트 데이트(Artist Date).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 의식의 흐름대로 세 페이지를 자유롭게 쓰는 글쓰기다. 일기처럼 한 가지 주제를 정리해 쓰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책은 말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일주일에 한 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전시를 보거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거나. 오롯이 나 혼자만을 위한, 가장 행복한 감각을 되살려주는 활동이면 무엇이든 좋다.

이 두 가지 작은 습관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감정과 취향, 진짜 좋아하는 것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이 책이 특히 도움이 되었던 이유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머리로 생각해서 찾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기록을 하면서 그리고 일상의 작은 행동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그동안 머릿속에만 떠돌던 생각과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과거를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따사로운 햇살 아래 강원도 할머니 댁 대청마루에 엎드려 그림일기를 쓰던 그 행복한 순간이 떠올랐다. 중고등 시절 독서실에서 새벽녘 공부를 마치고 노래를 들으며 일기장에 그날의 마음을 담던 고요한 장면도. 아이를 품은 채 낯선 미국 땅을 혼자 거닐며 임신 일기를 쓰고, 뱃속의 아이에게,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에게 기록을 남기던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충만하게 빛나고 있었는지도.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보다는 조용히 앉아 소설을 읽으며 혼자 몽상하는 걸 좋아했고, 이동할 때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지하철을 즐겨 탔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마다 문학을 낭독해 주시던 선생님,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다 울컥하시던 그 모습을 따라 함께 눈물 훔쳤던 기억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모닝 페이지를 쓰며 돌아온 그 시절, 그 순간들 속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은 취미는 책 읽기와 글쓰기였다.


책에서 강조한 또 다른 방법,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기 위해 매주 30분에서 1시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영화나 전시 관람은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문득 좋아하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다이어리 꾸미기.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문구점이나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사던 기억.

주말 이른 아침, 집에서 30분 거리의 문구점에 가서 3달러짜리 스티커 한 장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오랜만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런 작은 기록과 경험들이 쌓이면서,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는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 발견하게 되면서, 앞으로 나만의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하고 싶은 일들 또한 하나둘 늘어났다.


그 목록을 적을 때부터 설레는 마음.


그렇게 나는 '나만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사랑하는 취미들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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