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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강쥐 Mar 05. 2020

소통(疏通)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지직되는 나와 당신 , 우리 세계 / 물지 않기 

광흥창에서 자취하던 시절 오빠와 나는 각각 선풍기를 한 대씩 가지고 있었다. 그 중 내 방에 있던 선풍기는 언제부터였는지 한 쪽 나사가 빠져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안맞았다. 선풍기는 돌아갈 때마다 "틱틱 틱틱"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거슬려 잘 켜지 않게 됐다. 당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공부에 심취한 오빠는  균형을 맞춰 소리를 안나게 하곤 "사람들도 서로 균형이 안맞으면 이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 아닌가 아빠랑 싸우고 저 말했었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한 장면. 서른되면 내 멘탈은 난 좀 더 사람을 잘 알아보고, 쉽게 믿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 

며칠전 서로 균형이 안맞아서 마음 상한일을 겪었다. 선풍기가 균형이 안맞으면 소리를 낼뿐이지만 사람끼리그럴 경우 서로 생채기를 낸다. 

선풍기의 균형을 맞춰주는 일은 쉽지만, 사람사이에서 서로 균형을 맞추는건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같다. 소통의 단어뜻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거나 서로 오해가 없다는 거라는데. 마음 상한 날은 애당초 오해로 시작됐다. 서로 틱틱 소리만 내다 결국 통하지 못하고 대화를 마무리해야했다. 아니 대화도 아니였지뭐. 

이 사건의 속상함을 말하자 나를 위로하던 S는 내게 생각하지 말라고했지만 난 사실 어떤 일에 대해 여러번 그리고 천천히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 두번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을 두고 여러번 생각할수록 선명하게 보일때가 많다. 다만 아직 아플때는 별 의미가 없고 억울하기만 하기때문에 내가 아프다는 것을 나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나는 지금 아파서 제대로된 사고가 되지 않으니 병이 나으면 오시오" 뭐 이런 팻말을 걸어놔야한달까. 그치만 뭐 원래 자기를 괴롭히는게 제일 재밌고 쉽지 뭐. 

그런데 왜 우리는 아니 뭐 적어도 나는 가끔 이렇게 소통이 안되는걸까? 왜 메세지가 원래 전하는대로 들어가지 않고 서로 오해가 생기는 상황이 많은걸까? 내가 쓴 기사가 소통이 되고는 있는걸까... 

문득 강형욱의 보듬tv[강아지 교육 프로그램]를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사회화가 덜 된 개처럼 어떤 메세지가 자기를 공격하는줄 알고 일단 짖고 물고보는게 아닐까하고. 강아지가 사회화가 덜되서 그런거라면, 인간은 자기 안에 미처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겁에 질려 일단 물고 보는게 아닐까. 자기 방어적이 되고, 뭐 자기 합리화만 하는 그런 상황이랄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메세지가 들어올 때 짖는걸까? 나는 언제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되고, 또 자기 합리화에 빠질까. 


1) 나를 가르치려고 할 때 

2) 취조하는 듯한 태도로 말할 때

3)당사자가 아닌데 자초지종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질문을 할 때

4) 내 마음을 전혀 몰라준다고 느길때 


그리고 저 사건이 벌어진 날은 1-4가 아주 한꺼번에 다가왔다. 그럼 나는 무엇을 했어야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는 "지금은 대화가 불가능하니 대화가 가능할 때 하자"라는 거였던것같다. 저 상황이 되도 짖지 않기는 내게는 어려운 일이니... 그럴땐 내가 나에게 입마개를 씌우는 방법을 배워야겠다싶다. 


솔직히 아직도 속상하다. 인생 잘 살고 있는건가 싶고.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하니 그게 단지 한명의 상대일 뿐이었을지라도, 세상과 단절돼 혼자있는 느낌이 든다. 

그 옛날에 읽은 책에서 뭐랬징 그 대화가 되려면 상대방 뇌의 시냅스와 뭐 어쩌고 그러면서 주파수 맞추라고했는데 ... 그럼 결국 소통의 핵심은 내가 상대방에 맞춰주는 것일까? 

하 인생 그냥 자동으로 주파수 맞춰져서 지지직소리좀 안듣고 싶다. 사회 생활 참 힘들다고 말하긴 그렇고 껄끄럽다. 


p.s 소통의 영영사전. 

<If you communicate information, a feeling, or an idea to someone, you let them know about it

<If one person communicates with another, they successfully make each other aware of their feelings and ideas. You can also say that two people communicate> 




이 문장에 따르면 나는 평소에 얼마나 '커뮤니케이트'했을까 싶다.  그들이 그것을 알게하는데 초점이 맞춰있지않았다. 내가 말하는게 초점이었다. 서로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생각을 성공적으로 알게된 대화가 아니면 그런 상황이 아니면 중단하는게 현명한거겠지? 그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시도하는게 좋겠지? 


내일이 되면 덜 속상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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