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여성 임원들의 사회생활 꿀팁을 나눕니다
(사진 출처: http://www.brandanew.co/female-leadership-when-women-mentor-other-women/)
기자란 본인이 속한 언론사를 대표해 기사를 쓰고, 1인 기업처럼 움직이는 사람이다.
데스크와 국장이 있지만 나도 나름 데스크일까지 하다 퇴사를 했기에
독립성이 나름 보장되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생활을 근 20년 하다가 막상 대기업에 오니 층층시하다.
어떤 작은 일을 하려 해도 보고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에 대한 feedback을 받고 최종 보고를 하고 컨펌이 떨어지고 나서야 실행이 가능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보스가 알아야 한다.
내가 알리지 않는다 해도 내가 모르는 사이 보스는 내가 하는 일과 행적(?)을 모두 알게 마련이다.
외부에 나가는 이메일은 내가 send 버튼을 누르는 순간 보스에게 첨부파일로 보내지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그 내역은 물론 함께 식사를 한 사람의 소속, 이름과 함께
전화번호 뒷 네자리까지 회사에 보고해야한다.
내 할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윗사람의 "기분"까지도 살펴야 한다.
이런 갑갑함이 나를 힘들게 했다.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도 받았다.
게다가 이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00세 시대인데 나는 과연 언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할까. (아 빨리 때려치고 싶다)
내가 지금 회사를 다니는 건 맞는 일일까. (빨리 나만의 특기를 살려 내 회사를 차려야 하는 걸까)
나는 회사형 인간일까. (난 너무 나약한 거 아닐까. 아부도 잘 못하고 표정관리도 힘들어하는데)
그냥 관두고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하지만 맘 편하게 프리랜서로 살아볼까.
하소연할 여자사람 친구가 주변에 없다. 내 나이만 돼도 이미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절망적이다. 특히 내 주변은 이상하리만큼 심하다. 90퍼센트 이상이 일을 하지 않는다.
조지타운 경제학 박사를 하다가도 관두고 아이 둘을 키우는 친구, 예일대 MBA를 하고 나서도
집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 친구, 10년 가까이 패션지 에디터를 하다가 전업주부하는 친구 등...
너무나 외롭다. 갑갑하다.
그래서 5-6월 두달 간 내가 아는 현직 여성 임원들 혹은 정점을 찍은 뒤 퇴직해
인생의 이모작을 거두고 있는 분들께 연락을 돌렸다. 학교 선배도 있고 일로 만난 사이도 있다.
운이 좋은 건지 인복이 있는 건지 내가 연락드린 모든 분들이 나의 뜬금없는 미팅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모두 한끼씩 내게 식사를 대접해 주시기까지.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두달 간 집중 1:1 멘토링을 받았고 지혜를 얻었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회사 생활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그 분들이 주셨던 조언 중에 내게 가장 울림이 컸던 몇마디를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본다.
조언 주신 분들은 모두 익명 처리한다.
간 쓸개 다 빼놓고 출근해라. 자존심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마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이미 군대에서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상사를 대할 때 자존심 따위 없다. 여성들도 그렇게 할 줄 알아야 경쟁할 수 있다.
보고를 생활화해라. 무조건 자주 해라. 존재감을 드러내라. 지난 몇십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 보고를 자주, 잘 하던 사람들이었다.
회사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윗사람을 졸라라. 몇달이건 몇년이건. 그럼 네 것이 된다.
회사에서 출장을 가면 물도 안마시는 스타일.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일 그르칠까봐)
지금은 장성한 자녀 둘이 있는데 갑자기 학교 준비물이 필요할 것을 대비, 집에 거의 문구점 수준의 학용품을 구비해두고 필요한 건 꺼내가도록 했다고.
이제는 그 자녀들은 엄마를 가장 자랑스러워 한다고.
바쁜 와중에도 요가 티칭 자격증과 멘토링 자격증 따심.
은퇴하고 여성 전용 mindfulness center 같은 것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심.
아무리 미웠던 사람이 있고 나를 힘들게 했던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라. 잊으라는 건 아니다. 다만 앞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언제나 미래를 얘기한다. 과거에 연연하고 치욕이건 영광이건 과거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사람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회사 내부 네트워크를 쌓아라.
같은 부서 사람 말고 다른 부서 사람들 사이에서 평판도를 높여라.
사람들을 많이 도와줘라. 당장은 도움되지 않더라도 꼭 내게 돌아오는 날이 온다.
길게 보고 버텨라.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나도 좌절을 엄청나게 많이 겪었다. 하지만 묵묵히 내 할일을 해가며 공을 세우며 버티다 보면 인정받게 마련이다. 결국은 좋은 날이 온다.
나를 좋게 봐주는 윗분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크게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