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뭐든 해도 되는

차 한잔 내릴 여유

by 봄봄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지면서

커피나 차도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차 한 잔을 마셔도

시간과 정성,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있어요.


찻잎을 덜어내고 물을 끓이고,

다시 물을 붓고 따라내 찻물을 옮겨 담으며

온도와 농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 맛과 깊이를 즐기는데요.


어찌 보면 번거롭고 복잡해 귀찮은 일이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철없이 너무 여유를 부리는 듯하지만

이 과정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면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놓치고 있었던 것을 알아채게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잊고 있었던

느낌표를 살아나게 만든다고 하는데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에 머금은 차 한 모금은

바쁜 일상과 소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불규칙한 호흡을 고르게 해

정화의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한 번쯤

정성 들여 차 한잔을 만들 듯

나쁜 것은 덜어내고 좋은 것은 옮겨 담아

천천히, 조용히

마음의 차를 음미할 수 있다면

아무 맛, 아무 느낌 없었던 삶도

깊고 향기로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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