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view moments

시작하라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

by 사색의 시간

<감정 다스리기를 위한 글쓰기>는 학지사에서 출판한 글쓰기 워크북이다. 학지사라는 출판사를 알게 된 것은 20대 초 서울국제도서전 구경 갔을 때였다. <저널치료>, <글쓰기 치료> 등 몇 가지 책들을 사놓고 책장에 봉인해두었다가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 그 책들을 꺼내어 직접 써봤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워크북 형태의 책을 선호하지 않았다. 책이란 알차게 내용이 꽉꽉 담겨 있어야지 '써보세요' 하면서 한장을 빈칸으로 만들어놓는 건 왠지 장수를 늘리려는 수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고 워크북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는 성취감이 얼마나 각별한지도 알고 있다.


최근 명상과 기록을 하고 있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내가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궁리하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내 감정을 돌아보고 감정을 토대로 내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종종 가슴이 무척 아플 때가 있는데, '왜 가슴이 아프지?' 아무리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는거다. 그런 답답함 또한 이 책을 구매하는 동기가 되었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시작하라

2) 거리를 두어라

3) 정의를 내려라

4) 분출하라

5) 재집중하라

6) 체계화하라

7) 재편성하라

8) 유지하라


수학의 정석이나 토익 보카를 처음 펼쳤을 때처럼 이 책 역시 '하루에 1장씩 해서 총 8일만에 끝내야지'라는 허황된 생각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첫 워크북의 빈칸을 채우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가끔이라도 들춰본다면 대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서는 본래 불안정하고 쉽게 변한다.' 는 문장은 위안이 되는 동시에 낙담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책의 저자는 나의 절망적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기분 다스리기는 평생 동안 해야 할 작업으로서 짧은 시간에 끝내거나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첫 장은 대체로 정서에 대한 정의와 부가 설명으로 이뤄진다. 정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는 의사결정도 잘하고 인생도 풍부해지는 거고, 정서가 불안정해지면 온갖 고통과 혼란과 비정상적인 행동을 야기한다는 것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굳이 말해주니 한 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고통과 혼란 속에 살고 있었는지를.

(애초에 나는 정상적인 의사결정과 풍부한 인생이 가능할거라는 믿음이 없다. 그게 문제다.)


1장의 실습과제는 '정서 조절을 위해 배우고 싶은 기술 목록'을 체크해보는 거였다. 체크한 것 중에 정말 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O 표시를 하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목록 거의 다 체크를 했고, 그 중에서 거의 모든 항목에 O를 그렸다.


이 책을 다 마쳤을 때는 목록 중 하나라도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일기를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내가 쓴 것들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건 너무너무 귀찮다. 하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거라는 걸 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 왜 하기 싫지? 그냥 그런 것들을 대면하는 게 익숙치 않아서 일거다. 하다보면 의외로 재미나 의미 같은 걸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좀 했으면 좋겠다.


과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그 내용을 여기에 굳이 옮겨적지는 않을 예정이다. 다만 각 장을 읽고 그에 관한 생각, 실습과제를 하고난 후기 따위를 기록하려 한다. 오늘은 1장을 읽으며 대충이나마 정리해보았고, 실습과제는 아직 하지 않았다. 실습과제를 꼭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부치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할 때 결국 하게 되니까. 물론 미리하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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