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글쓰기 워크샵 <나의 언어로 만나는 컬러>는 2024년 8월부터 11월까지 장장 4개월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여정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매일 하나의 색을 보며 떠오르는 심상을 글로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때로는 이름조차 낯선 색 앞에서 머리가 하얗게 되기도 했지요. 며칠 쓰다가 사라진 분들을 마음 속으로 애타게 부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부르면 폐가 될까 하여 속으로만 불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한 에너지볼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글을 쓰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글쓰기 에너지볼은 더욱 커져가고, 그 안에서 우리의 글은 더욱 깊어져갔습니다. 사라졌던 분들이 다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끌어가는 줄만 알았던 글쓰기 워크샵이었습니다만 중반쯤부터는 함께 글쓰는 분들이 이끌어가시고 제가 뒤에 얹혀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4개월 간 주말도 없이 매일 글을 쓰는 여정은 우리를 닿은 적 없는 곳까지 가닿게 만들었습니다.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를 만나며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지만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에 묻힌 또 다른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 역시 내면 속 나와 가까워지기를 원한다는 것을.
앞으로 이 ‘내면 속 나’를 [내면 존재]라고 부르겠습니다. 내면아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아이라고 치기엔 얘도 다 컸거든요.
외로움은 나와 타인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내면 존재가 멀어진 만큼 강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외감은 남이 나를 외면할 때 생기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소외시킬 때 가장 강렬해지는 감정이었습니다. 유독 마음이 허한 밤이 찾아오면 바로 그때가 내면 존재와 만나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글쓰기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 나를 위해 이 시리즈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허하고 눈물이 나는데 이유를 모르겠을 때, 그럴 때 내 손에 쥐어줄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가까워지고 싶은 모든 나들이 이 글들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바랍니다.
언제든지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자 언제든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끝까지 내 곁에 있는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글쓰기는 나와의 상호작용을 도와주는 가장 멋진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무관심했던 탓에 내면 존재가 잔뜩 화가 나있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내면 존재는 생각보다 너그럽더라고요. 24시간 중 아주 잠깐만 시간을 내어 글을 쓰기만 해도 내면 속 존재는 좋아한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글쓰기 시간을 가지다보면 어느새 나와 가까워져 있을 것입니다. 21일 후를 기대해 보세요.
●1일 차 : 나에게 말을 거는 글쓰기
오늘 하루를 살면서 나에게 말을 걸어보셨나요? 말도 걸어보지 않고 ‘야! 너 왜 이모양이냐!’ 윽박만 지르셨나요? 내면 존재도 할말이 많습니다. 우리가 들어주기를,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녕 나야? 하고 말을 걸어보세요. 잠잠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너무 오랫동안 불리지 않았기 때문이니까요. 너 괜찮니? 기분은 어떠니? 말을 걸다보면 내면 존재가 ‘오. 내 말을 들어주려나보군.’ 하며 슬쩍 가까이 올 거예요. 그러면 아주 놀랍고 재미난 이야기 세계가 펼쳐질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