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

by 봄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예술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후원자의 취향이나 상업적 요구에서 벗어나 작가 개인의 독특한 시각과 사고가 반영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칫 다소 멀게만 느껴지더라도 필자의 개인적인 향유는 증폭되게 하였다.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미국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며, 여성 예술가로서는 드물게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오키프의 예술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범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교사로 활동하던 그녀는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과 어머니의 결핵으로 인해 한동안 그림을 멀리해야 했다. 하지만 20대 중반, 다시 붓을 잡은 오키프는 곧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의 눈에 띄게 된다.


Georgia O'Keeffe, New York Street with Moon (달이 있는 뉴욕 거리), 1925.jpg New York Street with Moon (달이 있는 뉴욕 거리), 1925 © Georgia O'Keeffe Museum, VEGAP, Madrid.


스티글리츠가 오키프의 허락 없이 자신의 291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전시한 사건은 깊은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오키프의 동의 없는 배려 없는 행동은 분명 분노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의 갤러리에서 그녀의 작품을 알린 것은 공공연하게 그녀를 인정하고 작품 세계를 알리고자 했던 면에서 용서받을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은 오키프의 성공 궤도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개인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복잡했다. 초기에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의 애인이자 뮤즈로 더 유명했고, 나이 많은 유부남을 유혹한 요부라는 가십에 시달렸다.

유명인은 눈길 하나에도 그 길을 따라 원치 않아도 집중받는다. 집중받은 타깃이 반짝거리든 아니든, 생트집을 내기 좋아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의 명성을 따라 쏟아진 관심 속에서,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보다 그녀와 스티글리츠의 관계에 더 주목했다. 그의 부속품화되어 가십거리가 된 그녀가 안타깝다.


그가 사랑했지, 그녀가 사랑했을까 싶다. 행동은 그가 일으켜놓고 피해는 그녀가 받는다. 그의 잘못된 사랑으로 여성 예술가들이 직면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키프가 이러한 가십과 편견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녀 자신의 역량뿐이었다. 그 과정은 억압적이고 투쟁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키프는 결국 독자적인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고, 프랑스의 익명 구매자에게 작품이 성공적으로 판매되면서 진정한 명성을 얻게 된다.


Georgia O'Keeffe, Jimson Weed No. 1 (흰독말풀 No. 1).png Jimson Weed No. 1 (흰독말풀 No. 1), 1932 © 2016 Georgia O'Keeffe Museum/DACS, London. Photograph by Edwa


오키프의 작품은 여성성이 두드러진다. 희고 둥근 곡선, 살아있는 색채, 유기적인 라인이 그녀의 시그니처다. 특히 확대된 꽃 연작은 여성의 신체를 연상시킨다는 해석을 받았지만, 오키프 본인은 이를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녀의 뼈 연작이다. 보통 죽음을 상징하는 뼈는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뉴멕시코 사막에서 발견한 동물의 두개골과 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죽음을 다루면서도 피폐함이나 공포가 아닌 아름다운 곡선과 형태미를 강조한다. 뼈는 생명이 떠난 잔해가 아니라, 생명의 본질이 응축된 조형물로 재탄생한다. 마치 게임이나 판타지 세계의 한 장면처럼, 그녀는 죽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지아 오키프는 스티글리츠의 뮤즈에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미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독립적인 거장으로 우뚝 섰다. 그녀의 작품은 여성성과 자연, 생명과 죽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20세기 미술사에 지울 수 없는 예술사를 남겼다.


조지아 오키프, 페데르날이 있는 사슴 해골, 1936.jpg 조지아 오키프, 페데르날이 있는 사슴 해골,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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