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사람의 봄

ep.4 2026.03.24 Inspired by NY

by 봄플

봄이었다. 벚꽃이 한창이었다. 공원 곳곳에 분홍빛이 내려앉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흩날렸다. 공원 벤치마다 사람들은 커피를 들고,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봄 안에 있었다. 이 봄에도 사람들은 차가운 눈사람을 데리고 다닌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그것을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분명히 있었다. 사람들 곁에, 어깨 위에, 혹은 손을 잡고 — 저마다 하나씩 눈사람을 데리고 걸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이 계절에, 녹지 않는 눈사람들을. 그리고 그와 함께 보이지 않는 순수함도 하나씩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냥 걸었다. 바쁘게, 혹은 느리게.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누군가와 이야기하면서, 눈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그러나 눈사람들은 —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비눗방울을 불었다. 공중에 뜬 비눗방울이 반짝이다 터졌다. 그때 아이 곁의 눈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두 팔을 짧게 들어 올리며 조용히 좋아하는 것처럼.

바로 그 순간, 아이가 고개를 돌렸다. 눈사람을 향해서. 잠깐이었지만, 그리고 다시 비눗방울을 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보았다. 어른들은 그냥 지나쳤다.

뛰어가는 강아지를 따라가던 눈사람도 있었다.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었고, 눈사람은 두 팔을 살짝 벌렸다. 강아지가 멈추자 눈사람도 멈추었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벤치에서 졸고 있는 노인 곁의 눈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함께 앉아 있었다.

도시의 삶은 이 양면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스토리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cHjBN1f6hQw?si=9Azwc8xltQHzgcIv



사람들은 바삐 걸어 다니며 각자의 이야기를 짊어진다. 누군가는 그저 버티며, 또 누군가는 행복을 연습하며 산다. 그 안에서 버둥거리는 것이 정말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껍데기만 걸어 다니는 것인지조차 분간되지 않는다.

버티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은 다른 말이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구분하기를 멈추었다. 버티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고, 매일 걷고, 매일 잠드는 것, 그 일상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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