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2026.03.17 Inspired by italy
골목을 지나치며 누군가와 스쳤다.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코끝이 간질거렸다.
꽃 같은 냄새였다 — 이 계절에 꽃이 필 리 없는데. 나는 멈추지 않고 그냥 걸었다. 차 키를 꺼내 들며 어디로 갈지 몰랐지만, 시동을 걸었다. 이유 없이 핸들을 꺾었다. 오른쪽이 나아 보였기에 그쪽으로 갔다. 신호가 바뀌면 출발하고, 막히면 기다렸다.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았고 내비게이션 화면도 꺼져 있었지만, 그래도 달렸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도시가 끝나고 도로가 넓어지더니, 바다가 나타났다.
해안도로를 달릴 때 문득 이 길이 내내 출퇴근길이라고도 상상해 본다.
차창 너머로 푸른 파도가 일렁이고 햇살이 유리에 부딪혀 반짝인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이 길이 퇴근길이라니 — 마치 두 배로 기쁜 기분이다.
삶의 길 위에서 이런 순간들은 드물다. 엔진의 진동이 온몸에 스며들고 속도를 높일수록 해방감이 커진다. 내 취향 그대로 담긴 노래들이 흘러나오며 그 선율은 바닷바람에 스며 사라진다. 두 손은 핸들을 꼭 쥐고 있기에 세상과 단절된 듯하다.
이 순간, 이 장면은 나 자신을 축하해 주는 듯하다. 답답했던 마음을 뒤로한 채, 나는 달리는 바다를 따라 달린다.
[스토리 영상 바로가기]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꽃잎 하나가 살짝 떨어졌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도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멀쩡했으나 유리 위에 내려앉은 분홍빛 꽃잎은 이 계절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고 사라지지 않았다.
한 주 동안 쌓였던 모든 것들이 이 길 위를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가 아니면 다시 걸음을 내딛기 어렵고 달리는 길에도 꼭 멈춰야 할 순간이 있기에 속도를 줄이며 갓길에 차를 세우려 했지만, 발이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지 않았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바람은 계속 불었지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만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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