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핀 희망

ep.2 2026.03.10 Inspired by Paris

by 봄플

창밖을 바라보면, 하늘은 언제나 무언가를 예고하고 있다.

오늘도 그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도시는 회색 담요를 뒤집어쓴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겨울의 시간은 여전히 창문 밖에 머물러 있다.

조만간 비가 올 것만 같다.


봄을 기다린다.


기다림이라는 건 어쩌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그리고 허락된 거의 유일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창밖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비마저 내리면 무너지겠지.


[스토리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7Oswzx6QtfU?si=tu_gqG8fQTmNdAbS


차갑게 젖은 도로 위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함께 젖어드는 기분이다.

창문을 닫고 방 한구석에 앉아 천장을 바라본다. 천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지쳐 있었다. 버티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어떻게 하는 건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모두 내려놓는 게 맞을까.

그저 나약하게 주저앉는 것이 어울리는 결말일까.


생각이 천장을 타고 흘렀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나는 눈을 감으려 했다.

그때, 내 앞에 꽃잎 하나가 떨어졌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연약한 꽃잎은 나를 향해 다가왔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 안에는 꽃 한 송이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분홍빛을 띤 꽃잎 하나가, 마치 빗방울을 거슬러 오르듯, 천천히 내 무릎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숨을 멈췄다.

꽃잎은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따뜻한 무언가를 깨우는 신호일까.

어디서 왔는지 모를 꽃잎이 기운을 돋우는 것만 같았다. 손끝으로 번져오는 온기가 낯설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온도였다.


“생각보다 괜찮네요.”


꽃잎은 마치 빗방울을 따라 내리듯, 방 안 어딘가에 자리를 찾는 듯 조금씩 내려앉았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동안, 방 안에서는 꽃이 피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았다. 꽃잎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방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였다.

뿌리가 올라왔다. 바닥을 가르지도 않았는데, 마치 원래부터 그 사이에 숨어 있었던 것처럼 스며 나왔다. 줄기가 자랐다. 나뭇가지가 뻗었다. 잎사귀가 펼쳐졌다. 나는 눈을 비벼 보았지만, 나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잠시 생각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꿈이 떠올랐다.

멀리만 있을 것 같던 가능성들이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다시 싹을 틔우는 듯했다. 접어두었던 것들이, 포기했던 것들이, 꽃잎을 따라 조용히 돌아오고 있었다.

다시 많은 것들을 꿈꿔 본다. 그러자 꿈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자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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