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학이 재빨리 다연이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두 손을 뿌리치고 긴 생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빛이 났고 나도 모르게 내 손은 머리카락을 향했다. 물론 내 허리춤에서 멈췄지만.
“너 아직도 안 갔어?”그녀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내며 승학이에게 말했다.
“어? 야 머리 괜찮아? 야 송재윤, 넌 애가 뒤에 있는데 가방을 휘두르냐!”
“어 나 괜찮으니까 가던 길 가봐.”내가 말하기 전에 다연이는 정색했다.
“그래 내일 보자!”
명랑하게 대꾸하는 승학이는 헤어질 때까지 가오를 놓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다연이가 이상하다. 내가 승학이한테 당하려는 걸 구해준 걸까. 그녀는 정말 여신인가!
나는 자연스럽게 다연이와 함께 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하다. 우리 집은 이쪽이 아닌데 나는 자연스럽게 도진이가 학원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그런데 다연이도 나를 따라왔다. 나는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가 없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할지 고민했다. 다연이는 대뜸 물었다.
“나랑 한강 가서 아이스크림 먹을래?”
데이트 신청인가? 나는 버스 노선도를 보고 있다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로봇처럼 그녀에게 돌아섰다. 애는 나의 데이트 로망을 어떻게 알았지?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정말 여신이라 가능한 걸까!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자 다연이는 더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심장이 저릿해 온다. 어떤 슬픔이 나를 사로잡았다. 뭔진 잘 모르지만 그녀와 친해지려고 하니 슬퍼진다.
무슨 감정일까.
“어 난 콜.”이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다. 너무 창피하지만 알 수 없는 이 감정을 주최할 수가 없었다.
“재윤아. 울어?”
그녀가 한참 웃다가 나의 눈물을 보더니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글쎄 이게 나도 좋아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슬픔이 더 강했다. 왜. 왜 그럴까. 그녀는 다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어. 너무 오래 전으로 되돌아 갔더니 여기까지 오는게 지루했지 뭐야!”
알 수 없는 그녀의 말. 대학생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고 고등학생? 그리고는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짓는데 나는 서러운 울음이 터져 나와 주저앉았다.
“기억은 잊었지만 마음은 남아 있길 바랐어.”
“흑흑…무슨…?”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여신님.
“우린 아마도 어떤 다른 세계에서 만났던 적이 있었을 거야.”
그녀의 헛소리가 왠지 납득이 된다. 그녀는 또다시 웃었고 나는 울음을 닦으며 바보처럼 실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