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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여름 Jan 10. 2024

엄마가 된 친구

비슷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시간



친구의 집들이에 초대받아서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으로 쌍둥이 아가들을 만나는 날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도착한 친구 집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와있었다. 어느덧 우리는 각자의 배우자, 또는 자녀까지 동반하고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훨씬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던 시절은 지나고 앞으로도 계속 볼 사이만 남았다. 가장 먼저 출산한 친구의 아이는 그새 훌쩍 자라서 제법 말도 잘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쌍둥이 아가들이었는데, 남매는 닮은 듯 다른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기들의 존재만으로도 바라보는 얼굴들에서 웃음이 사라지질 않았다.  다음 순서는 내가 이어가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강아지를 키우면서 이미 깊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아기는 더욱 신중했다.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데도 막상 잘 키울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게다가 친구가 아기를 낳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지켜본 터라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아기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러한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8개월의 아기를 안았을 때 꽤 무거웠지만 묵직한 무게마저 귀여웠다. 남편은 자기 친구들의 돌잔치와 여러 번 만남에서 아기들을 봤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쌍둥이 중 한 명이 남편의 품에 안기고 빤히 쳐다보는 순간 ‘심쿵’ 했다고 한다. 이모가 되어서인지 나도 내 친구들의 아이들이 더 예쁘게 다가왔다. 그동안 주변에 아기가 없어서 무심한 마음이 어쩌면 당연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집들이에서 나눈 이야기는 주로 결혼생활과 육아였다. 자연스럽게 같은 주제의 대화들이 오가며 우리가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고등학생 시절 공원에서 물놀이, 밀가루를 던져가며 철없이 놀았는데 한 아이의 아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니. 엄마 아빠가 된 친구들이 나보다 어른 같고 한편으로 모두 잘 살고 있어서 안심했다. 예전부터 평범하게 살고 싶던 나는 제 나이에 맞게 사는 삶을 꿈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고, 그러다 연애하고, 또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삶. 그런 인생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다. 삶은 그리 만만치 않고 그려오던 단계를 똑같이 밟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직 미혼인 친구도 있지만, 우리는 각자가 바라던 인생을 비슷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같이 있으면 옛날처럼 쓸데없는 농담을 하면서도 아기가 울면 능숙하게 엄마, 아빠 모습으로 변하는 친구들의 행동에 기분이 묘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친구의 아기들이 또 보고 싶었는데 남편도 그렇다고 했다. ‘이제 정말 아기를 가질 때인가?’ 싶어진다. 현실 육아에 대한 고충도 듬뿍 듣고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이를 키우느라, 또 아이를 낳느라 고생한 친구들의 얼굴이 이전보다 훨씬 근사하고 대단해 보였다는 거. 나도 엄마가 되면 아마도 호들갑을 떨면서 노력하지 않을까. 


친구의 집안 가득 뿜어 넘치던 사랑스러움을 만끽하고 온 뒤로 많은 생각이 든다. 인생에 숙제는 왜 이렇게 많은지. 하나를 해결했다 싶으면 늘 다음 숙제가 기다리곤 한다. 교복을 입고 낄낄거리던 우리가 어느새 흰머리, 탈모, 만 나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변해가는 세월을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집들이는 새 집의 인테리어 보다 엄마가 된 친구가 더 돋보였던 날이었다. 아, 과연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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