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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Aug 04. 2023

휴가철 바가지요금 걱정했는데... 이렇습니다


"나 내일 연차 냈어. 동해나 보러 갈까?"


목요일 오후, 통화 중에 남편이 한 말이었다. 이 말인즉슨 다음날 묵어야 할 숙소를 그날 당장 찾아야 한다는 이었다. 그것도 한창 휴가시즌인 이 극성수기의 한복판에서 말이다.


즉흥적인 남편과 달리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내겐 그리 달갑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업무 때문에 바쁜 상황에서 주변 직원들이 하나 둘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이 붕  있에게 짧게나마 휴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숙소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딱 하나 남은 펜션을 예약할 수 있었다. 속초해수욕장 바로 앞이고 사진상으로 보기에 깨끗다. 값이 18만 원 정도라 저렴한 건 아니었지만 휴가철임을 감안하면 수용할만한 가격이었고 무엇보다 방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만 덜렁 예약해 놓고 별다른 준비(일정 짜기 및 맛집 알아보기) 없이 차에 올랐다. 무계획으로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동해안 바가지 물가가 우려되어 그늘막 텐트와 구명조끼는 챙겼다. 현지에서 대여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받을  뻔하니.


그렇게 속초에 도착했고 모래사장을 누비며 텐트 칠 자리를 찾았다. 해수욕장에서 대여하는 파라솔이나 돗자리 외에 개인 텐트를 치지 못하게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감이 었지만 다행히 일부 구역에서 그늘막과 파라솔 설치를 허용하고 있었다. 


텐트를 치고 앉아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있으장거리를 달려온 피로가 사르륵 녹았다. 5성급 리조트보다 더 가까이에서 무료로 바다를  호사를 누리다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속초해수욕장에서 대여하는 물품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파라솔 1만 원, 썬베드 1만 원, 대형 튜브/명조끼 1만 원(소형 5천 원)이다. 대여료가 비쌀 줄 알고 무겁게 바리바리 챙겨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빌려서 이용할 걸 그랬다.



그동안 국내 관광지의 바가지 행태에 관한 보도를 많이 접해서 당연히 비싸겠거니 하고 검색도 안 했는데 요 근래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비단 속초뿐 아니라 강원도의 다른 지자체들도 여름철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강릉시는 해수욕장 파라솔과 튜브 등의 임대 상한선을 각각 1만 원과 5천 원으로 정했고, 동해시는 피서철 숙박요금 피크제를 도입해서 성수기(7~8월) 요금을 비수기 대비 2배 이내로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고물가와 불친절로 국인 관광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제주시도 부랴부랴 휴양지 숙박비·밥값 등에 대한 물가 단속에 나섰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기간 동안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 관광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바가지요금을 피해 다른 나라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엔저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찾고 있고 베트남이나 대만 등 저렴한 비용으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지역으로 떠나는 지인들도 많다. 당장 나부터도 시어머니의 칠순을 앞두고 국내보다는 해외알아봤으니. 시어머님이 국내여행을 더 선호하셔서 어쩔 수 없이 제주로 가기로 결정했지만 솔직히 해외여행과 맞먹는 경비를 지출하려니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국내 관광지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속초해수욕장의 변화를 으로 직접 확인하니 반가웠다.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다. 동해안의 소규모 해수욕장에서는 시에서 조례로 정한 금액보다 몇 배로 높은 사용료를 받으며 배짱영업을 하는 곳들이 있고, 관광객 대상의 식당 메뉴는 대부분 2만 원 이상이며(1만 원 대면 저렴하다고 여겨질 정도) 숙박비도 여전히 비싼 편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상인들이 이제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K컬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계속 늘고 있는데(이번 속초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보였다) 국내관광지가 쇄신에 성공하여 과거의 오명을 벗고 내외국인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는 여행지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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