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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Mar 28. 2022

리움, 국내 최고의 힘과 사유로 조성된 非장소

모든 곳을 가보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해본다


리움, 어떤 家의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결코 허황되지 않은 공간. 이씨 가는 삼성이 아니라 리움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곳은 인간, 혹은 자신의 유한함에 대한 깊은 인식에서 비롯된 공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멸하게 남고 싶은 욕망으로서의 장소이다. 그러니 어떤 기업과도 삼성은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非장소에 관해서라면. 리움이 있는가, 없는가. 이것을 조성할 수 있는 힘과 사유가 있는가, 없는가.  

리움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adqzXbJTio/

 리움의 건물은 같은 목표로 조성되었을 것이나 서로의 조화는 생각하지 않은, 자신만 존재하고자 하는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요새처럼 지하 깊이 파고 들어서 높게 있다. 지면에서 보면 그리 높은 건물은 아니나 지하를 깊게 파고 들어가 기이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진정한 깊이라는 듯. 입구를 한눈에 찾기 어려워 주변을 조심스럽게 갸웃거려야 들어갈 수 있다. 눈에 띄는 입구는 수장고로 당연히 굳게 닫혀 있다. 이곳에 온 사람을 크게 환영하는 느낌도 없고 많은 사람을 받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세간의 인정이나 사랑과도 무관하게, 벌써 위대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외부의 복도, 그러니까 당신이 밟는 마루에서부터 이미 전시가 시작된다. 도착하는 사람들을 여유있게 압도하는 걸까? 놀라지 말고 들어서자. 어디서 전시물을 밟고 들어서는 경험을 하겠는가? 밟는 것으로 존재하는 미술의 현현을 어디서 볼 수있겠는가? 당신이 그곳에 섬으로써 완성되는 예술을 어디서 만나보겠는가? 당신의 도착을 환영하는 리움식의 인사이다. 


내부는 몇 번을 돌아도 익숙해 지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바깥에서 보았던 희안하며 제각각 싸우고 있는 건물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미술관 안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미로의 공간, 여전히 모던하며 여전히 새로움을 쓰고 있는 공간. 그곳에 최고중의 최고를 꺼내 그것을 위한 완벽한 미감으로서의 여백과 바닥을 마련했다. 

리움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YD34zhFLcJ/

미야지마 타츠오, <경계를 넘어서>


어떤 것도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은 공간이라고 할수 있다. 돈? 그건 가장 먼저 버렸다. 얼마든지! 그것은 생각조차 되지 않았으며 이 모든 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최고를 결코 넘어서지 않으려는, 그러나 이미 압도적인 미감으로 그 전시물의 발가락을 적시면서 찰랑찰랑 때리고 있는 리움. 그것이 이곳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타협이자, 자신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시간과 작가에 대한 '예우'였다. 


휴, 그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전시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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