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한 국어학원>(깨소금출판사, 2022)
지난여름, 지역 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강좌를 듣게 되었다. 글쓰기 강좌는 아니고, 기술적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수업이었는데 결과적으론 딱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면서 기회가 닿으면 여기저기 투고도 해 보고, 운이 좋으면 혹시 출판사에 간택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생각했지만 솔직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지난 10월, 브런치에 쓴 글들과 새로 쓴 글을 모아 작은 사진 에세이를 책으로 묶었다.
책을 출판해 줄 곳이 있을 것 같지 않아서,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아무것도 모를 땐 막막한 일이었지만,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고, 직접 움직이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ISBN을 받아 완성한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고, 동네책방 인스타를 뒤져 입고 문의 메일을 100여 군데 보냈다. 그중 스무 곳 정도에 책이 들어가게 되었고, 알라딘과 예스24에 입점했다. 출판사 사업자를 받을 때 통신판매업도 추가해 스마트스토어도 열었다.
얼마간 '지인 찬스'로 폭풍처럼 책을 팔고 나니, 인쇄비는 건진 것 같은데 예상대로 그 이상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책을 사 주기도 하지만, 당연히 한 권쯤 사 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무반응인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하나 쓰려고 한다) 두 번째 책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
브런치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이웃이 많은 형편도 아니어서, 여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게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광고 겸 기록해 둔다. 내년에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써 봐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