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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진한 Jan 16. 2023

악몽

(남자들이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는 경우 정도를 제외한다면) 어떤 꿈이 악몽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꿈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는 것, 학교를 다시 가는 것만으로도 악몽일 수 있을 것이다. 자주 꾸는 악몽이 있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 한동안은 치아가 모조리 빠지는 꿈을 자주 꾸었고, 그것이 깨고 나서도 너무 생생해 힘들었었다. 치아가 빠지는 꿈은 가족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 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땐 유일한 혈육인 엄마가 돌아가실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느 땐가부터 그런 꿈을 꾸지 않게 되었으며, 가끔 치아가 우수수 빠져 뱉어내는 꿈을 꾸면서도 이것이 꿈임을 꿈속에서 인식하고 괜찮아지곤 했다.


어딘가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전화번호를 잘못 누르게 되는 꿈도 단골이었다. 010-1234-5678을 눌러야 하는데 뒷자리 어딘가에서 자꾸 다른 숫자를 눌러 전화를 걸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무슨 내용의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끝내 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치아가 모조리 빠지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가끔 실제로 번호를 잘못 누르면 그 꿈이 떠올라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요즘은 시험을 보는데 시간이 모자라 제대로 체크를 하지 못하거나 시험을 망치는 꿈이 잦다. 갑자기 시험이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가 너무 어려워 진땀 나는 시간을 보낸 끝에 예상대로 시험을 망치는 것이어서, 꿈을 꾸는 내내 힘겹다. 학원 일을 멈춘 지가 1년이 되어가는데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시험에 부딪혀 끝내 실패하는 나, 이것이 삶에 대한 암시일까 봐 나는 못내 두렵다.


대부분의 악몽은 꿈에서 깬 뒤에야 그것이 악몽이었음을 알게 된다. 안갯속 같은 이 현실은 악몽일까, 그럼 언젠가 이 꿈에서도 깨어나게 될까. "내가 인생이란 이름의 꿈에서 깨어날 때"라는 신해철의 노래 가사 한 구절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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