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지도에서 거리 뷰를 볼 수 있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살아 온 동네의 첫 거리 뷰가 2010년 여름인 것을 보니 대략 그 언저리 아닐까 싶다. 처음에 거리 뷰가 나왔을 때에는 가 본 적 없는 이곳저곳을 거리 뷰로 들여다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었다.
이제 그 데이터가 10여 년 쌓이다 보니, 같은 곳의 변화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물론 촬영 기술도 발달해, 예전보다 훨씬 좋은 화질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가끔 심심할 때 내가 살았던 동네나, 가 본 적 있는 곳의 거리 뷰를 보고 있노라면 금방 시간이 흐른다.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시간 여행이자 공간 여행인 것이다.
어제도 그렇게 방구석 여행 중이었는데, 내가 태어나 30대 후반까지 살았던 옛 동네의 거리뷰를 보다가 2017년 6월 촬영된 동네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른편에 구부정하게 걷고 있는 할머니가 내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고궁의 아침' 식당과 '원남 흑염소' 사잇길로 걸어 들어가면 우리집이 있다.) 하늘색 셔츠, 구부정한 허리, 옆으로 둘러맨 핸드백, 지팡이 없이 걸으시는 걸 보니 멀리 가시는 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렇게 꼬부랑 할머니였던 어머니는, 이제 저렇게도 걷지 못하신다. 2019년부터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 사진이야 적지 않게 있지만, 그리고 저건 얼굴도 안 나온 사진이지만, 그래도 이 거리 뷰가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며칠 전 김현철 님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코로나로 인해 힘들게 일을 하다가 결국 폐업을 하고 말았다는 30년 자영업자분의 사연이 나왔다. 업종도 폐업의 이유도 달랐지만, 그래도 오래 꾸려오던 내 사업장을 정리하고 나서의 그 허망함을 모르지 않기에, 방송에 문자를 보냈다. 문자가 소개될지 안 될지 모르고, 소개가 된들 당사자분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업종은 다르지만, 저도 6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을 작년 초에 폐업했기에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 거리 뷰로 그곳을 들여다 보거든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 내용이 제작진들에게 어떻게 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철 님이 안타까움의 탄식과 함께(!) 문자를 읽어주었다.
"아.. 거리뷰로 다시 볼 만큼 그렇게 애정이 깊고 미련도 남으시고 아.. 어떡합니까. 저는 폐업을 하거나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힘내시길 바래요."
애정이 깊었던 건 맞지만, 미련은 없는데... 괜시리 나더러 힘을 내라는 것 같아서 조금은 난감했다. 나의 방구석 여행이 조금 불쌍해진 기분이라고나 할까. 암튼 힘을 내라 하시니 힘을 내 보기로.
시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세상의 변화를 막을 길은 없다. 세상에는 매일 하루만큼의 먼지가 쌓여갈 따름이지만, 그 먼지들이 쌓이면 다른 세상으로 가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언젠가 어머니는 돌아가실 것이고, 내 일터가 있던 자리엔 다른 무언가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때 다시 이 거리 뷰들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