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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14. 2024

15년 전, AI시대를 예측한 고등학교 선생님

최근 AI 관련 워크숍을 다녀왔다. 어떻게 하면 지금 나와있는 AI 어플들을 이용해 업무향상을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워크숍이었는데, 어차피 화요일 저녁에 운동 말고는 특별하게 하는 것도 없어서 4만 원 정도 내고 참석했다.


실망만 가득한 워크숍이었다. AI가 얼마나 요즘 기능이 좋아졌는지, Generative AI 어플에게 '눈이 내리고 있는 경복궁을 그려줘'정도를 얼마나 잘 실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딱 그 정도의 세미나였다. 강의를 주도하는 분이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스타일이어서, 다른 상황에서는 그래도 '저 스킬이라도 많이 배우고 가야겠다'라고 느끼며 어떻게든 4만 원의 가치를 뽑아내려고 했었겠지만, 최근 휴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내심이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요즘 AI나 테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이런 시대에는 '말 잘하는'스킬이 얼마나 '10 정도 아는 것을 100 정도 아는 것처럼 사기 칠 수 있는'스킬로 대체 가능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AI, AI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중, AI가 '인공지능'의 영문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꽤나 드물다. ML이 Machine Learning이며, LLM이 large language model 이라든지.. 이런 인공지능 관련된 용어나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정말 없다. 실제로 AI툴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이런 기반들을 이해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엔 모두가 AI에 대해 안다고 얘기하거나 전문가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 


AI 워크숍에 앉아있다 문득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 수업 중 스쳐 지나가듯 해주신 말이 생각났다.


미국은 SAT (미국식 수능)에 꽤나 많은 기능을 탑재한 계산기를 쓸 수 있는데 15년 전쯤 100불 정도 하던 TI-89 or TI-84 (요즘에도 같은 모델인지는 모르겠다)이라는 sine/cosine 그래프도 그리고 이런저런 그래프도 막 그릴 수 있는 계산기를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의 AP Calculus 수학 선생님이었던 Mr. Bambino는 학생들의 계산기 의존도에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Your calculator is only as smart as you are. 너의 계산기는 딱 너만큼 똑똑해.


정확히 얘기하자면 너의 계산기는 너보다 더 똑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너의 계산기는 네가 모르는 것을 대신 가르쳐 줄 수도, 대신해 줄 수도, 정답을 알아낼 수도 없다는 말.


선생님은 앞으로 나올 수많은 기계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 말하셨다. 몇 년 후 어머니의 건강을 돌보시러 은퇴하셨다고 들었는데, 아마 지금 AI시대를 보시면서 그때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AI기술에 아무리 많은 발전이 있다 해도, 내가 지금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 즉, 내가 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어떤 스텝들을 밟아야 그것을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AI가 그것을 구현해 내는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결국, 내가 쓰는 AI기술의 한계는 철저히 나의 지금 능력에서 결정된다. AI가 나의 능력자체를 엄청나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섣불리 하다가는 오히려 기초적인 실력이나 업무능력을 제대로 기르기 전에 괜한 방해요소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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