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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20. 2024

기억을 놓아주는 일

나는 함께 했던 추억을 '나만' 기억하는 게 서운했다.


이런 서운함은 더욱더 모든 추억과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까먹어도, 나라도 우리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 나라도 이런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지 -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기억을 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지만, 반드시 잊어야만 다시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기억을 할수록 내가 나 자신을 치유할 수 없게 만드는 것들.


생각하려 하지 않는데도 갑자기 생각나는 게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감정을 계속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여태까지의 끄적임에서 - 어떻게든 기억을 하려고 미친 듯이 조각조각 나를 위해 적어놨던 그 끄적임에서 - 어떠한 의미라도 찾으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깨달았다.

의미를 찾는다 한들... 잊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이 현실에서. 의미 찾는 그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이제 그만 적기로 한다. 감정이 올라와도 그 감정을 적어내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한다.


천천히 지우기로 한다. 나를 위해 했던 기록들, 하지 못했던 말들, 하고 싶었던 말들.


이제 내 기억들을 놓아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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