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비싼 런던인데 왜 그럴까?
우리 가족은 1년을 계획하고 런던에 왔다. 벌써 6개월이 지나 이젠 약 5개월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서울로", 아내는 "런던에서 조금 더"를 가지고 한 달 동안 논쟁과 언쟁을 지속한 결과, 런던에 더 남기로 결정했다.
도대체 왜?
아내는 1년 동안 학교 다니고, 아들 케어하고, 각종 잡일을 다 하느라 "쉴 시간"이 없었다며, 내년 1월 중순이 졸업식이니 그때까지 있겠다고 했다. 즉, 마음 편하게 놀고 싶다였다. 아내도 40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공부하려니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아들 케어도 어느 정도하고 있고, 잡일이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까지 하니 답답했다. 사실 나는 회사로 복귀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천천히 들고 있었다. 몇 개월 놀아보니 일이 하고 싶어졌다. 노예근성이다.
하지만 아내는 런던 생활과는 별개로, 나에게 육아휴직을 쓰라고 했다. 이유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되는 아들을 위해서이다. 보통 반대의 경우가 많지만, 아내는 사기업, 나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아무래도 육아휴직의 기간이나 눈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어차피 우리 가족을 도와줄 그 누군가는 없기에 한 명의 희생은 필요했다.
먼저 난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동의했다. 그러니깐 런던이든 한국이든 나는 가정일에 충실하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다음은 런던 생활의 연장이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냐였는데, 그것도 나는 양보했다. 어차피 평생에 나올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해외인데, 6개월 정도 연장은 그동안 마음 편하게 쉬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함이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쉽게 동의했던 것은, 결국 "영어"였다.
그렇다. 아들이 영어를 습득하는 정도와 속도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정말 알파벳만 알았던 아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이다. 내년 1월에 돌아가면 한 학기를 더 다닐 수 있고, 지금의 습득 속도라면 좀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게다가 8월에 돌아가면 내년 2월까지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이로써 나는 백수의 생활이 더 길어질 예정이고, 더 나아가 회사와는 더 멀어질 것 같다.
좋은 일이겠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여기서 더 지내려면 필요한 예산 확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