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중요성
최근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건 원래 좋아했고,
말하는 것도 좋아했다.
노래도 아주 못하는 편은 아니고,
춤도 아직은 몸이 기억한다.
(자기 자랑은 아니다 잘하는게 아니라 그냥 할수 있는 수준)
그런데 그림만큼은 이상하게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이 없던 영역이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를 그림 앞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시작한 연습이 이제 6일째다.
하루도 빠짐없이 붓을 들고 있다.
아크릴 물감으로 색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데,
신기하게도 할수록 더 재미있어진다.
조금씩 형태가 생기고,
색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그림이 단순한 결과물을 넘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묘하게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응원을 받으면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내 일 앞에서는
이렇게 능동적이지 못했을까.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배워야 할 게 많다”, “더 배우면 된다” 같은 말로
조금은 부드럽게 둘러 말해왔지만,
사실은 내가 모르는 것이 많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부딪혀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스물셋의 나는 누구보다 먼저 대답했고,
사람들이 먼저 찾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느새 흐릿해졌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도나 실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환경 때문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삶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감각이 있는데,
나는 그 고마움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물론 내일 다시 회사에 가면
일이 쏟아지는 현실 앞에서
투덜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반복되는 일을 버티는 것만으로는
삶이 다시 빛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실행하는 일.
아마 삶이 재미있어지려면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바로 예전 회사 사장님께 연락을 했다.
일을 제대로 가르쳐줄 사람,
내가 다시 배우며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나는 생각이 들면 비교적 바로 움직이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모든 순간이 늘 불처럼 타오르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마라탕이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배의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여행 계획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는 언니의 부탁을 떠올리며
혼자 오래 고민에 잠기기도 한다.
그게 사람 마음이니까.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순간순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그 사이에서,
가끔은 이렇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올라온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노래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