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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연 덕후가 되었습니다

주말의 산책

by 클로이


원래는 자연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백화점, 사람이 많은 해변,

대도시의 거리, 분위기 좋은 식당

카페.. 그런 것들인데,


요즘에는 하루 한번 공원 산책을 안 하면 몸이 통조림이 된 기분이다.


운동형 인간이 된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자연이 주는 위안, 편안함 그런 것들에 중독이 된 것 같다.


특히 오늘같이 선선한 비 온 뒤의 날씨에는 걷지 않으면 손해이다.


숲 속을 한 바퀴 돌고, 공원도 돌았다.


중간에는 부슬비가 내려서 작은 동물처럼 천막 밑에서 비를 피했다.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꽃, 새, 나무, 풀도 걸어가면서 꼼꼼하게 보고 지나간다.


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자연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항상 '나'한테만 관심이 있고 내 머릿속의 생각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숲에 들어서면, 음소거가 된다. 일단은 오감으로 듣고, 보고, 느끼게 되니 나라는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임이 느껴진다.


빼앗겼던 자유를 찾은 느낌이다.

그 자유는 내가 스스로 쥐고 있었지만,


이제는 일은 산책하듯 설렁-설렁,

산책은 일처럼 힘들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요한 건 심신의 평화니까.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우선하게 된 것이지도 모른다.


더위도 꺾였으니, 하반기에는 출근 전 공원 산책을 꼭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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