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여인

2023.06.15 두두학당 글쓰기 워크숍 중 작성

by 쌀닭

내 삶에 있어서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소중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자 보호자인 엄마, 강희. 편안할 강(康)-계집 희(姬) 편안한 계집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편안하지 못했던 여자, 강희는 1965년 2월 강원도 대화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의 집안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고향이었던 산골로 내려온 그녀의 엄마 노옥순 씨는 욕쟁이 노씨로 유명했다.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사는 게 괴로웠던 옥순씨는 강희라는 짐까지 뱃속에 짊어지면서 더한 욕쟁이가 되었다.


강희는 16살에 도끼로 방문을 찍고 혼자 서울로 올라와 공장의 언니들과 살았단다. 참 대단한 여자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끝맺지 못했고, 타고난 사교성으로 성인이 되면서 다방에서 일했다. 아빠는 당시에는 체육관을 운영 중이었다. 그들은 커피배달 차 몇 번 마주치고 몇 개월 만나다 결혼했다. 그녀는 돈 문제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청혼했고, 그는 스스로가 누굴 책임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편안하게 만들어 주겠다하니 손해 볼 것 없다는 마음에 승낙했다.


둘은 자신의 부모를 닮은 사람과 결혼했다. 여자는 정서적으로 교감할 줄 몰랐던 아빠처럼 무심한 남편을 가졌고, 남자는 자길 두고 사라지던 엄마처럼 복잡한 여자를 가졌다. 그 결과 여자의 중독 증세는 심해졌고, 남자는 그전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며, 제각기 여러 애인을 두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둘은 그때도,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서로를 향한 연민의 감정과 돈과 건강, 신앙의 문제로 헤어지지 못할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취향도 성격도 너무 다른 우리 셋은 지겹게 싸웠지만 믿거나 말거나 이제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으로 끈끈하게 엮인 집단이 되었다.


지금의 바람은 평생을 엄마, 아빠에게 삶을 위탁해온 나, 최선을 다해 대신 살아온 엄마, 아빠, 우리 가족 모두가 각자가 가진 부채감을 덜고, 이 땅에서 일어날 모든 종류의 사건들 앞에서도 신과의 사랑과 변화의 가능성을 꿋꿋하게 믿고 살다 가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둘은 내게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앞으로 길게는 3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받은 만큼 돌려주기엔 시간도 능력도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가끔 올라와 다시 무기력해지는 날도 있지만 속지 말자. 조급하지 말자.


거듭되는 실패에, 부족한 자신에 대해 종종 슬퍼하지만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찬양하고 기쁨으로 회복할 줄 아는 내 사랑스럽고 강한 형제, 존경하는 엄마가 진정으로 안식할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그러니까 이 시간이 끝나는 대로 난 꼭 직업을 갖고, 착실하고 건실하고 겸허하게 살아가겠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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