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쌈장 Feb 28. 2023

코를 갈아 끼우고 싶었다 -2

음이온과 8 체질

음이온. 이거 괜찮은 걸까. 천연항생제라고 했는데 항생제이긴 매한가지. 

밑져야 본전. 한번 도전해 보자. 

코로 세네 번 뿌려주고 마시며 입으로 뱉기를 하루에 10번. 쉽지 않았다. 외출하는 날이면 휴대하고 있다가 식사자리에서 나와 화장실에서 뿌려댔다. 지독하게 해 봤다. (아들은 곧 죽어도 안 한다고 해서 하루에 세네 번만 하게 됐지만)

와. 신세계는 아니다. 만성비염환자에겐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코가 막혔다 하면 음이온에 의지하며 살았다. 코만 일시적으로 뚫리는 기분이지, 비염으로 생기는 증상들 가령 두통, 어지러움, 숨쉬기 답답한 정도를 다 감뇌하며 해야 했다. (물론 내가 만성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아 이건 정신력 싸움이다. 하루도 거르지 말고 열 번이고 이십 번이고 해야 완치가까이 된다고 하니. 한의사 샘을 믿고 한 달을 해봤다. 그 사이 감기나 걸리기라도 하면 음이온으론 손을 쓸 수가 없어 또 약을 달고 살게 됐다. 싱글이면 어떻게 버텨보겠는데 초등생과 어린아이를 둔 나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니 그냥 감당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코를 갈아 끼우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일단 내가 살아야 아이들도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도전기 세 달 될 때쯤 무렵. 

이대로는 도저히 못살겠다. 코수술 그냥 해버릴까 하다가 아들도 비염이 심해지는 것 같았다. 잘 때 숨 쉬는 소리나 입 벌리고 자는 거 보면 안쓰러웠다. 아직 어린데. 나보다 아들이 걱정되었다. 비염약을 달고 살 수 없어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조사했다. 묻고 따지지도 않는 나이 많으신 지인이 한분 계신다. 그분은 치과면 치과, 교정이면 교정, 안과. 묻기만 하면 바로 과잉진료 없는 병원을 소개해주신다. 한의원을 물어보니 미금역에 두 군데를 알려주셨다. 


와. 이런 천사 같은 한의원 선생님이 계실까 할 정도로 온갖 케어를 받는 기분이었다. 침 맞기 싫다고 투정을 부려도 이리 와. 선생님이 도와줄게. 안 아프게 해 줄 거야. 엄마인 내가 감동받았다. 이런 성품이신 선생님이시라면 믿고 다녀도 될 것 같았다. 다니는 곳마다 사내 녀석이 이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해! 좀 앉아있어라! 아들을 보는 눈초리며. 따가운 시선과 말투가 너무 불편했었는데 여기는 항상 한결같으셨다. 아이의 기분을 알아주시고 8 체질 결과 닭과 매운 것만 피하면 된다 하신다. 아이가 차가운 것을 많이 찾는데 어떻게 하나요. 하셔도 아이가 열이 많아서 찾게 될 건데 비염엔 좋지 않아. 조금씩만 줘도 괜찮아. 하시는데 모든 게 금기사항 없이 타협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주셨다. 


그리고 나는...

먹는 것과 오래 걸리는 게 이제 극에 달할 정도로 너무 지쳐서 수술하기로 결심했다. 남들 다하는 수술. 괜찮겠지. 새 세상이 열린다는데 며칠 고생하고 평생 숨 쉬고 살아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