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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장 Jan 03. 2024

새해를 맞이하며 한 일

연말 가족에게 편지를 써요.

"올 한 해 우리 가족에게 많이 고마웠어."

신랑과 아들 둘에게 깜짝 편지를 건넸다. 첫째 아들은 진심 놀라워하며 미안한 마음이 섞인 표정이었다. 

"엄마, 엄마는 없네. 엄마는 내가 편지 써줄게." 말한다.

가족에게 준 편지

2022년 말에 썼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았다. 머리, 손가락, 발가락, 허벅지, 무릎, 어깨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매일 울부짖고 있었다. 2021년 출산 후, 산후조리를 잘 못한 건지, 잘해서 이 정도인 건지 모르겠으나 몸들이 망가져 뇌신경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2022년, 1년 동안 불만과 투정을 달고 살며 둘째의 출산에 대한 현실 부정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 차리며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둘째를 사랑보다는 부모의 책임감으로 키웠다.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것을 깨닫고 작년은 건강에만 집중했다.




한약을 지어먹을까, 여자에게 좋다니까 흑염소를 먹어볼까. 운동보다는 간단하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택했다. 가족을 데리고 한의원에 갔다. 먼저 한 명씩 앉아 맥을 짚고 체질을 알려주신다. 다른 한의원과 다른 점은 같은 태음인이어도 증상에 따라먹어야 할 음식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신 점이다. 태음인이라고 다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놀랐다. 그만큼 세심하게 봐주고 설명해 주신 점이 이해가 잘 되었다. 


"보약은 신랑이 먹어야 합니다." 

내가 아파서 데리고 왔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나의 맥을 짚자마자 말하길, 

"타고났어. 아주 건강이 타고났어. 아침에 운동하세요." 

흑염소는 어떨까 싶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신랑 주세요." 

"네.."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같이 가서 진달 받길 잘했다. 만약에 보약을 먹었다면 체중이 급격히 늘게 되었을 테고, 잠이 많던 신랑의 행동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첫째 아들이 싫어하던 침을 맞아가며 매주 빠지지 않고 한의원에 출근해 줘서 너무 고맙다. 자신의 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아서 좋았고 값진 시간이었다. 몸이 특히 안 좋은 것 같으면 도라지차와 배 무 소고기를 먹겠다며 나서니 엄마에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평소에 아이들에게 양약을 잘 먹이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게 하고 음식으로 단련을 시켜서 그런지 면역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필요할 때는 먹인다.)




신랑은 매번 본인이 아프기만 하면 뭐라 한다고 "너, 아프면 보자." 나에게 응징했다. 아들들이 아프면 괜찮은데 신랑이 콜록거리기만 해도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내가 내뱉는 언어보다 눈빛 몸짓 뉘앙스에서 나의 불쾌한 감정이 전달돼서 그런 거겠지. 사실, 아들 둘을 챙기면서 신랑 식사와 홍삼 및 영양제들을 챙겨주는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챙겨서 먹어주길 바라며 매년 잔소리와 핀잔을 주었다. 첫째 아들과 한의원을 다니며 느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건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몇 개월 끝에 홍삼 먹고 가라 하면 먹어주고, 좋은 음식은 먹어 준다. 

연말에 같이 만들었던 눈사람


작년에 건강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끝에 가족이 다 함께 해줘서 더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을 편지로 전달하니 신랑과 아들 둘이 내 마음을 알아준 게 아닐까 싶다. 둘째 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적어 편지에 써서 줬더니 어린이집에 매일 가지고 출근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읽을까 봐 부끄러워 가져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둘째 아들 마음이 너무 예뻤다. 연말, 감사했던 사람들을 초대해 인사하는 것도 좋지만 가족에게 먼저 감사했던 것을 나누고 올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기대될 것이다.


올해 연말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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