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 한 일은 언제라도 생긴다.
꾸준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전보다 주변 상황이 좋아졌다. 코로나 확진자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단 며칠이라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에 단 두 번, 점심밥 한 끼라도 나 혼자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 큰 탈출구가 되었다.
우울증이 호전되어간다고 느꼈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갔고 작게나마 평안함을 느꼈다.
치솟던 분노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으며, 거슬리던 사소한 소음쯤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 한 일은 언제라도 생긴다. 잠시나마 방심했던 틈을 타서 변수가 생겼다.
2020년 11월, 코로나의 확산.
인근 초등학교 학생의 확진, 내 아이의 같은 학교 동급생이 밀접 접촉자로 지정됨으로 인한 등교 중지.
- 학교로부터 실시간 알림장을 받아본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피해의식이 나를 집어삼켰다.
나는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일도 코로나로 인해 못 하고 있는 처지인데,
우리 아이들은 흔한 놀이터, 공원, 학원도 제대로 못 가보고 학교&어린이집-집에서만 지내고 있는데,
여기저기 마음대로 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당장 내가 또 피해를 봐야 한다.
(내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것이 왜 피해 보는 것인가-는 여기서는 논외의 문제다.)
호전되어 간다고 여겼던 우울증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다시 폭발했다.
아직까지도 주변 상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수준이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거기에 생리 전 증후군까지 겹쳤다. 약을 먹어도 소용없는 1주일을 간신히 버텨냈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최소 2년, 필요에 따라 또 개개인 상태에 따라 그 이상 약을 먹으면서 치료해야 한단다.
우울장애 역시 3년이고 10년이고 개개인의 상태와 환경변화에 따라서 또 계절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꾸준히 지켜보고 상담하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우울장애인데다 그 뿌리가 너무 깊어서 상담 및 약물 치료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경과를 당장 예단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함께 노력하자고 하셨다.
하긴, 30년을 끌어안고 살아온 우울장애가 단 3개월의 치료로 호전될 리가.
꿈이 커도 너무 컸다.
우울의 우물 안에서 희망의 풍선을 타고 두둥실 떠오르다가 그만 뻥 하고 터져서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