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획자가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생기는 일

(Feat. 플래너 없는 이유)

by syd
멱살 잡고 끌고 가겠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내 심정은 두근거림 반, 귀찮음 반. 왜냐고? 드디어 '내 결혼식'이라는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기획자라는 직업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내 성향일까? 나는 결과만큼이나 과정 하나하나에 내 온기가 묻어있는 걸 좋아한다. 남이 해주는 편안함보다는, 조금 번거로워도 A부터 Z까지 직접 챙기며 채워가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겐 큰 즐거움이다. 다만 때로는 피곤하다 못해 하여자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렇게 안 하면 더 화딱지가 나는 스스로를 알기에...


웨딩 스냅 외주의 예시. 몸만 가면 된다.


이런 마음이다 보니, 애초에 누군가에게 웨딩을 맡기는 '웨딩 플래너'라는 개념이 이해가 안 됐다. 플래너를 거쳐야 홀이 싸진다? 계약 맺은 업체들이 있다? 스드메가 빠르게 처리된다? 정도는 납득이 되지만.. 그 외 기획이 들어가는 부분은 그래도 당사자가 하는 게 제일 좋지 않나 생각된다. 만약 내가 플래너님과 함께했다면... 아마 그분과 나는 서로 아주 나쁜 기억을 안고가지 않았을까.... 내 깐깐한 기준과 "이건 왜 안 되죠?", "이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라는 쏟아지는 질문 폭격, 그분은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그럼 스스로 하세요.^^'

그래서 결심했다. "이 모든 걸 직접 기획하겠어!"


이미 2024년 12월에 혼인신고를 마친 우리는 법적으로 완벽한 부부다. 요즘엔 결혼식도 훨씬 지나서 혼인 신고를 한다는데... 시대를 역행해서 가고 있다. 서류상의 숙제는 끝냈으니, 이제 2026년 4월 말에 있을 예식까지 외주 없이! 직업의 특성을 살려! '우리다운 축제'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고생길(셀프 웨딩)을 자처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하기 때문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사람과의 시작을 남의 손이 아닌, 온전한 내 정성과 우리의 취향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서. 내의 영혼을 갈아 넣을 준비 완료. 사실 이 브런치 글을 쓰는 리소스도 부어서 고생길에 쓰고 싶지만, 이렇게 개고생하면서 즐거워하는 변태 같은 모습을 보던 주변에서 하도 남겨보라는 말이 많아서...


그 시작은 아마도 프러포즈였던 것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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