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곳 싱가포르는 영어를 제1의 언어로 지정하고 있는 나라다. 때문에 영어를 배움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거나 어색함이 없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간혹 싱 영어(싱가포르 영어)의 발음이 나를 곤란하게 할 때도 있지만 어느 곳을 가든지 들리는 영어가 내가 이 땅에 온 목적에 관한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이 발동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를 아시아의 어느 곳보다 더 친숙하고 빠른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사실 한국인의 영어 실력은 그럭저럭의 수준이었다. 2012년 EF EPI (영어 능력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 기준 55.3점을 기록하여 53개 국가 중 (21위)를 기록하였다. 말 그대로 '보통'의 수준이었다. 또 동아시아 3개국 한. 중. 일을 비교하는 부분에서 한국이 일본(22위)에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앞섰고 중국(36위)으로 크게 앞섰다. 그리고 여성은 남성보다 조금 더 나은 수치를 보였다. 이 결과는 54개국의 170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실시된 매우 공신력 있는 기록이다.
2012년 EPI Score by Gender 2021년 EPI Score
그 후 약 10년 뒤인 2021년 작년 기록을 살펴보면 800점 만점 기준 529점으로 한국은 (37위) 중국은 513점으로 (49위) 일본은 468점으로 (78위)를 기록하여 베트남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2012년 자료는 54개국 만을 평가함에 따라 한국이 (21위)였다는 점을 비교했을 때 현재 112개국 중 (37위)라는 것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네 가지가 있는데 첫째, 중국은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과 비교해 다소 영어능력이 밀리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세계화와 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둘째 일본은 과거 그래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름 잘 갖춰진 교육시스템을 앞세워 글로벌을 꿈꾸며 영어교육에 집중을 해왔지만 일본인들의 문화적 특성이 잘 드러나듯 실수를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영어회화 실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맥도널드를 '마 끄도 나르도'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영어 발음의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셋째, 탈아시아를 꿈꾸는 싱가포르이다. (4위)라는 수치는 상당 부분 상위에 랭크된 유럽과 나란히 하고 있는 순위이다. 과거 영연방국의 일원으로써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인 부분과 결부되어 모국어를 영어로 지정한 국가적인 노력이 현재는 영어를 매우 잘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마지막 넷째, 한국은 영연방에서 중국으로 편입되어 중국어 가속화로 인해 탈영 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홍콩과 이웃국 싱가포르와의 밀접한 교류, 3대 언어 중 하나인 영어를 사용하는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500점 초중반대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점차 한국이 글로벌화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와 근접한 수준으로 쫓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촌 홈페이지 나는 영어능력지수 (37위)를 하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4위)의 싱가포르로 왔다. 이에 발맞춰 몇 가지 결심한 것이 있는데 바로 '한국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노력', '영어를 이해하는 노력', '문장이 틀려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노력'이다. 현재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된 지금까지 다행히 모든 것을 지키고 있다.
이곳 싱가포르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촌'이라는 한인회 성격의 단체가 있다. 한국촌은 야구, 테니스, 골프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동호회가 오랜 시간 동안 친목을 도모하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이 모든 스포츠를 사랑하고 즐겨했던 경험자로써 정말이지 가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국인과의 만남으로 영어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꾹 참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노력'이 자칫 타지 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극복하기에는 커다란 장벽일 수 있지만 이곳에 온 목적 달성을 위한 아주 작은 노력의 하나일 뿐이라고 스스로 자극하고 열망하고 있다.
영어는 본질적으로 한국어와 매우 다른 언어이다. 문장 구조, 문장의 성격, 문장의 쓰임새, 활자체 등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영어 성취도가 이 정도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영어와 비슷한 언어라고 한다면 바로 라틴어계를 사용하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등등 이 있다. 이는 옛 로마제국에서 파생된 여러 언어들 중 하나인 영어와 함께 주로 서유럽 국가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들이다. 한국어와는 반대로 모든 부분들이 매우 유사하여 이들 국가의 언어는 2개 국어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영국인이 프랑스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쉽게 배울 수 있으며, 반대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인에겐 마치 좌측 운전석의 차를 운전한 사람이 갑자기 오른쪽 운전석의 차를 운전하는 느낌처럼 영어란 미지의 영역에서의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언어다. 나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 언어를 어떤 이유를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중이다. '영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막힘없이 술술 흘러갈 때 비로소 완성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영어학원에서는 '문장이 틀려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투른 문장일지라도 중도에 말이 끊기는 것보다 중간에 틀려도 문장의 마침표를 찍어야 이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한국어로 " 너 오늘 뭐했어?"라고 하지 않고 "너 오늘.." 까지만 말했다고 하자.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사를 빼놓고 그친다면 화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말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너 오늘 어땠어?"라고 심지어 다른 동사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화자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설사 주어를 빼놓고 동사가 틀려도 "오늘 어땠어?"라고 말하려는 의도만 내비쳐도 이해가 되기 마련이다.
와이프는 이와 반대로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문장이 틀리는 것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앞선 기사 내용과 같이 실수를 두려워하는 일본인의 회화실력이 날로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틀리든 맞든 문장을 끝까지 말하려고 한다. 물론 나의 문장의 문법이 전혀 맞지 않아 이따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의사표현을 정확히 전달하고 청자가 이해했으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또 틀린 부분은 스스로도 알 수 있고, 청자가 지적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정하면 그만이다. 즉 문장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보다 즉시 말하려는 습관이 오히려 풍부한 어휘력과 사고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빠. 이러다가 나보다 영어 더 잘하는 거 아니야?"
라며 가끔 한 번씩 툭툭 던질 때가 있다. 아직까진 전혀 그럴 것 같지도 않고, 현지 회사를 근무하는 와이프에 비견할만한 깜냥도 되지 않지만 확실한 점은 전보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주저하지 말고 틀려도 되니 문법 공부하면서 문장을 끝까지 말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근까지 'Zoom'이라는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무료로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였다. 한국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그럴 것이 나 역시 리딩과 라이팅에 국한되어 있는 한국 특유의 교육시스템에 길들여져 있었다. 따라서 리스닝과 스피킹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찾아야 했는데, 바로 화상으로 대화하는 온라인 수업이었다. 물론 오프라인 학원에서의 강습도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온라인은 가끔은 1:1로 1시간가량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었다. 수업을 하는 동안 배운 문장을 써먹기도 하고 선생님이 쓰신 문장을 노트해놨다가 다시 써보기도 하면서 내가 만드는 문장이 날로 풍부해져 갔다. 수업 끝자락에선 선생님께서 많이 늘었다고 칭찬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정말 딱 맞는 교육방법이었다.
하지만 수업과정 중간쯤에는 수업이 벅차고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다. 항상 사용했던 문장을 계속 반복하여 신선함이 떨어졌고, 막히는 어휘가 있으면 핸드폰으로 검색하다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고(물론 찾아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리스닝이 안되어 sorry를 연발할 때도 있었다. 이러면 수업 진행이 잘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졌다. 학원 교제와 영어학습 어플 유튜브까지 닥치는 대로 해봤다. 스피킹은 서브타이틀(자막)을 보고 하는 쉐도잉(따라 말하기)과 보지 않고 하는 쉐도잉을 차례대로 반복하였고, 리스닝은 들리는 대로 노트 테이킹을 반복하였다. 천재가 아닌 이상 절대 한 번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언어는 역시 반복이 생명이다. 5회 이상 반복하니 입이 조금 터지기 시작했고, 10회 이상 반복하니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확실한 점은 본인이 부족한 점을 빨리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피킹이 가장 부족하여 스피킹에 할애한 시간이 가장 길다. 또 오프라인 학원 수업은 빠져도 온라인 수업은 되도록 빠지지 않도록 하였다. 그렇게 서로 '균형'이란 것을 맞추다 보니 기본기를 닦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어 학습을 하는데 '전화영어'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와이프도 영어학습을 하는데 전화영어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짧은 학습시간(15분)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화상영어는 약 1시간가량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빠른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절대로 홍보하는 것이 아니고 경험을 토대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일 뿐이니 오해가 없으면 한다..) 또 요즘은 유튜브와 같이 집에서도 충분히 영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료들이 많기 때문에 나와 같이 굳이 해외까지 나와서 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본인이 얼마나 영어에 집중하고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외국어를 이해하고 터득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1년? 2년?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1시간을 공부하면 어떤 사람에겐 족히 몇 년은 필요할 수도 있다. 1년이란 시간 안에 부담 없이 매끄럽게 듣고 말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내 기준으로 하루 6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어 학습은 뇌를 깨워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스피킹과 리스닝을 함에 있어서는 그 어떤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팔면 그 문장의 문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반복 학습으로 뇌새김을 하고 귀를 열고 집중하니 길이 조금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영어가 고프다. 많이 부족하고 노력해서 발전해야 한다. 언어의 장벽을 깨기 위한 피 땀 눈물은 현재 진행 중이다.
화상영어 언어의 장벽을 깨기 위한 피 땀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