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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몽실 Nov 05. 2020

지나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결국, 공부 내공이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

두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서 대학생이 되었고 막내는 중학교 2학년이다.


서로에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교육과 성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한다.




선배는 대학생이 되어버린 첫째와 둘째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신경 쓰고 챙겨도,

결국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하더라.

그래서 막내는 신경 안 써."


얼마 전 중학교 2학년이 된 막내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시험이라는 걸 보게 되었다.

공부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또 참느라 고생했다는 선배.


어느 날.

게임에 빠져있던 아들이 스스로 게임을 줄이고,

문제집을 사달라고 했고,

함께 서점에 가서 전과목 문제집을 사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코로나로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 치렀는데,

전교 4등을 했다며 선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 아이를 20년 넘게 키우고 나니 드디어 보인다고,

공부라는 것이 누가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고 했다.






놔두면 정말 알아서 하는 걸까?




선배는 막내가 중학생이 되기 전에 해 놓은 것이 있다.

바로 공부 습관을 잡아둔 것.


막내가 4살이 되었을 때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러니까 10년 동안 공부 습관을 잡아 주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책을 읽어 주었고 간단한 수학 문제지를 풀게 했다.

워킹맘이 되어서는 퇴근 후 저녁 준비 시간을 활용했다.

엄마인 선배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식탁에 앉아,

받아쓰기와 수학 문제집 풀기를 했다. 이것을 꼬박 6년을 챙겼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지치기도 했고, 회사일이 바빠진 선배는 막내를 내려놓았다.



엄마가 공부 습관을 잡아둔 덕에 아이는

그동안 시험을 보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6년을 큰 무리 없이 다녔다.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는 자존감도 갖고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 시험이라는 것이 찾아오자,

어려서부터 읽어둔 수많은 책을 통해 얻는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몸에 익혀둔 공부습관으로 전과목 문제집을 풀면서 혼자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교 4등이라는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이제 더 높은 고지를 향해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결국, 공부 내공이 있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같이 실컷 놀았는데,

혼자만 시험 잘 보는 친구가 있었다.

뭐지? 머리가 좋은가? 그때는 이유를 몰랐다.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친구의 머리가 좋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공이 달랐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던가.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가.

시험을 앞두고 일정 시간 집중할 수 있는 공부습관을 갖고 있었던가.

하는 바로 '공부 내공'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 본 적 없는 길을 두려워한다.

그 길의 끝에 어떤 결과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비로소 보인다.

"아 그때 내가 이 길을 갔어야 했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선배가 지금 하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얻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도 열심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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