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는 파킨슨 환자가 되었다.

by 쓰담지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 때때로 손을 떨었다. 미약한 손떨림은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어깨와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고지혈증 약을 먹으며 정기검진을 다니시는 터라, 주치의 선생님께 자문을 구했다.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부정맥이 발견되었다. 정형외과적 소견으로도 어깨에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선생님이 아무래도 손떨림과 관련해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진료 예약을 잡았다. 일단 MRI부터 찍어보자고 하셨다. 좁은 공간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엄마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셨다. 다행히 무탈히 검사를 받았다. 우리는 부디 별일 아니기를 바랐다.

결과를 듣는 날, 삼남매가 시간을 내서 모였다. 타지에서 근무 중이신 아빠는 오시지 못했다. 엄마를 모시고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우리는 대기실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엄마 차례가 몇 번이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네."

"1번 진료실 선생님인거지?"

별말 아닌 말들을 주고받았다. 동생은 핸드폰을 들여다보았고, 나는 창밖을 보았다. 언니는 엄마 옆에 앉아 가방을 만지작거렸다. 엄마는 애써 밝게 얘기하셨지만 긴장한 기색이었다. 모두 담담하려 애썼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다. 그런데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눈맞춤이 눈물버튼이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진료실에는 모두 들어가기 복잡했다. 들어가려면 모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사실 마주할 용기가 안났다. 우리의 대장인 언니가 엄마와 함께 들어갔다. 그렇게 동생과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얼마나 걸리려나."

"글쎄."

시계를 보았다. 3분, 또 5분... 시간이 지났다.

문이 열렸다. 아무래도 파킨슨인 거 같다고, 명확히 하기 위해 PET-CT를 찍어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바로 스케줄이 잡혔고, 찍은 후 다시 진료를 보기로 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눈에 균열이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엄마가 아프다니.

PET-ct 결과가 나왔고, 언니와 엄마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동생은 파킨슨에 대해 검색하느라 분주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 엄마의 표정은 묘했다. 태연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굳어 있었다. 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파킨슨 맞대. 근데 초기라 잘 관리하면 문제없대."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일부러 밝게 말하려는 것 같았다. 동생이 물었다.

"약 먹으면 되는 거야?"

"응, 약 처방받았어. 선생님이 잘 관리하면 괜찮다고 하셨어."

괜찮다는 말이 계속 반복되었다. "괜찮다." 모두가 그 말을 붙잡으려 했다. 초기니까 괜찮을 것이다. 잘 관리하면 괜찮을 것이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층수 버튼을 누르는 언니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니,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1층 로비에 도착했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기다렸다. 약봉투를 받아 든 엄마가 말했다.

"밥 먹고 가자."

"응, 그러자."

우리는 병원 근처 식당으로 갔다. 메뉴판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언니가 된장찌개를 시켰고, 우리는 따라서 주문했다. 밥이 나왔다. 숟가락을 들었다.

"맛있다."

누군가 말했다. 다른 사람도 맞장구쳤다. 그렇게 우리는 밥을 먹었다. 엄마가 반찬을 덜어주셨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뭐래?"

"아빠, 엄마 파킨슨이래요. 초기라 약 먹으면서 관리하면 괜찮을 거래요. 걱정마세요."

파킨슨병.

온 가족의 머리를 채운 낯선 병명, 찾아보니 원인도 잘 모르는 병, 아직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했다. 그래도 관리하면 괜찮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며칠이 지났다. 일상은 계속되었다. 엄마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가족 톡방에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 많아졌다.

괜찮다는 말은 안심이었을까, 아니면 부정이었을까.

그렇게 엄마는 파킨슨 환자가 되었고, 나는 점점 무뎌져 갔다. 초기니까 괜찮을 거라고, 엄마는 원래 강한 사람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엄마는 괜찮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