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듭스 Aug 27. 2021

단짝 - 손에 손잡고

그림 글 : 박형진

나는 캔버스 페인팅 작업과 함께 내 작업의 컨셉과 맞아떨어지는 색다른 재료들을 사용한다. 최근 몇 년은 ‘단짝’ 시리즈의 ‘우정, 사랑, 행복, 행운’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밝을 때 빛을 흡수했다가 어두울 때 발산시키는 ‘축광 안료( phosphorescent pigments, 蓄光顔料)’를 사용한 작품들을 제작 중이다.


‘축광 안료’는 밝은 낮 시간이 지나고 어두운 밤이 되면 안료를 바른 부분만 선명하게 보이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안 보이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을 염두해 두었다. 예를 들면, 아이와 강아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장면. 얼핏 보면 그냥 두 손을 마주 잡고 있지만, 불빛이 사라지면 아이와 강아지 모두가 안 보이게 되고 그 둘의 감정상태를 의미하는 조그마한 ‘하트’만 반짝이며 남게 된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하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빛을 잃어 안 보이게 되었다가, 다시 날이 밝아져 아이와 강아지가 모두 보이게 될 때, 또다시 빛을 모으며 반짝일 준비를 한다.


박형진作_단짝-손에 손잡고_2018_캔버스 위에 아크릴릭+축광안료


일상 속의 우정, 사랑, 행복, 행운 이런 감정들도 이 축광 안료를 바른 반짝이는 이미지들처럼 때로는 좀 유치하기도 하지만, 문득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변하거나 사라지게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세상이 모두 잠든 사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소중한 감성들이 “쨘~ 나 여기 있었어!”하며 ‘반짝반짝!!’ 비로소 우리의 눈과 마음에 보이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을 든 소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