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Star Dweller, Yoshitomo Nara
2005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2021 현재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요시토모 나라 Yoshitomo Nara’의 작품들이다. 요시토모 나라는 한국 최초 개인전 ‘내 서랍 깊은 곳에서’ 를 로댕갤러리 (지금은 폐관했음) 에서 개최 했었다. 나는 전시 개최 이전에 이미 요시토모 나라의 한국 팬 커뮤니티(싸이월드 커뮤니티 )에도 가입이 되어 있었고, 그 커뮤니티에서 주최한 (전시차 한국에 방문한 )요시토모 나라를 초대한 ‘작가와의 만남’에도 참석했었다. 그때는 생애 최초 팬미팅( 중고등학생 때 가수 덕질도 안 하던 내가 30이 넘은 나이에 ‘화가’ 덕질을 하였다니!!)까지 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2005년, 나라상의 한국 팬들이 성신여대 앞의 ‘플라넷 블루?’라는 소규모 락카페를 통째로 빌려 극비리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50명 정도의 팬들에게 한 명 한 명 드로잉과 사인을 해주었고 악수와 함께 사진도 찍어 주었다. ( 그때 찍은 사진이 내 서랍 깊은 곳 어딘가에 있을 텐데…)
요시토모 나라의 영화 ‘요시토모 나라와의 여행’에는 이 팬미팅 장면이 잠깐 나온다. 팬미팅이 끝날 무렵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있다! >., <
나라상은 본인의 인기가 많아지고 작품이 비싸지면서 (오래전에도 비쌌지만 2021 현재는 이 세상 가격이 아니다…;;) 경제력이 안 따라주는 (어린) 팬들을 위하여 티셔츠와 책, 프린트 등을 꾸준히 만들었다. 그중 내가 제일 처음으로 구매했던 ( 한국어로 번역된 ) 책은 요시토모 나라 ( 당시 44세 ) 한국 개인전 몇 달 앞서 펴 낸 ‘작은 별 통신’(시공사, 2005)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가 1959년 태어나서부터 시간순으로,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작업하고 전시하는 공간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40중반 화가의 자서전인 셈이다.
이 책을 접한지 십수년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 내가 마음먹었던 것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기억들이 슬금슬금 떠 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솔직히 그때만큼 열렬하진 않다. 그런데 아직도 그 설레는 감정들은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다. 그 당시 나는 어린아이를 돌보는 30대 초반 기혼여성 작가였고 앞으로 작업을 어찌 풀어나가야 할지 하루하루 깊은 고민을 하던 때였다. 그렇게 마음이 갈팡질팡 하던 때,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글을 읽으며 위안을 삼고 용기를 얻었었다. 오늘 다시 이 책을 꺼내와 들춰보니 오래 전 고민하던 나의 모습과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 난다. 한 동안 잊고 있던 그 감정들을 마중물 삼아 2021 후반기를 작업으로 불살라 봐야겠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