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함께 일했던 부장님을 오랜만에 마주쳤다. 2~3년 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지만, 순간 눈앞의 모습에 말문이 살짝 막혔다. 배는 불룩 나왔고, 허리는 안으로 휘었다. 피부는 푸석하고, 얼굴에는 짙은 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언젠가 날카롭고 단단했던 눈빛은 흐려졌고, 그 특유의 자신감과 카리스마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문득 고향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식들 다 출가시킨 후 시골에서 홀로 지내시는 부모님. 젊은 시절, 성질을 부리며 앞만 보고 달리던 분들이다. 그 모습이 버겁고 두려워,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부쩍 작아진 어깨와 주름 깊은 얼굴이 안쓰럽기만 하다. 버티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지탱하던 것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간 앞에서, 나도 조용히 무장해제를 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어제 마주친 부장님의 얼굴에도 그런 시간이 묻어 있었다. 한때 조직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굴렀고, 조금만 더 운이 따랐더라면 임원이 되었을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그는 아주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린 후배를 상사로 모셔야 하고, 함부로 뱉은 말 한마디가 ‘꼰대’라는 낙인이 되어 돌아올까 침묵을 배운다.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구조조정 1순위는 늘 본인 같다.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 때문에 후배 채용이 막힌다고 느끼는 날도 온다. 비켜줘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막막하고 허망하다.
누구나 위로 오르고, 결국엔 내려온다.
그 끝은 평범하고 조용하다.
우리는 결국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