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를 거닐며

지나간 하루의 냄새들

by 서란아


책을 덮고 카페를 나왔다.

이미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음에도 손에는 또 한잔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한 시간 반 남짓 앉아 있었던 게 미안해서였을까,

아님 부지런히 정리하는 주인의 손길이 미안해서였을까.

민망함을 덜고자 나는 선뜻 내키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다시 주문하고 말았다.

이런 나 자신이 한심했지만 민망함은 사라졌으니

그걸로 된 거라 생각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가 소란스럽지 않도록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로 위 강렬한 헤드라이트들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구경거리였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게 된 깜깜한 밤하늘은

재촉하던 나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자꾸만 올려다보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밤하늘은

쳐다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보여주겠노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찾으려는 그 무의미함이

왜 그토록 간절했는지.

가만히 멈춰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다

지나가는 인기척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에겐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밤하늘이었지만,

나는 그 속에서 언젠간 꼭 찾아야 할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늘 그랬다.

눈과 귀로 들어온 모든 것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새로움을 찾으려 했다.

그건 나에게 일종의 즐거움이었다.

남들이 느끼는 대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

그 즐거움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으며,

무료한 일상을 무료하지 않게 만드는 나만의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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