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지나간 하루의 냄새들

by 서란아


부어오른 편도 때문에 아무것도 삼킬 수 없다.

평소라면 쉽게 넘어가는 물조차 내게 허락되지 않는다.

몸이 점점 뜨거워진다.

작열감과는 거리가 있는, 뭉근한 정도의 뜨거움이다.

곧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몸은 점점 깊숙이 가라앉는다.

나는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느껴본다.



내 안의 세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야, 비상근무다. 각오들 해."

그러자 여기저기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아씨.. 퇴근 다 했네. 진짜 사는 거 왜 이리 힘드냐. 오늘 불금이라 영화 보면서 치맥 때리려 했는데 아오"

"후딱 끝내버리자고.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나."

"2년 전에 만났던 걔네들은.... 아니겠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녀석들인 것 같은데."

아, 2년 전 대상포진 걸렸을 때를 말하는 거로군.

"그때는 멍청한 서란아가 안일하게 굴어서 그랬어. 약 안 먹고 버티다 보면 낫겠지 하는 그 생각 때문에 우리가 서포트도 못 받고 개고생 했던 거 생각하면 진짜... 후.."

아... 병원 안 가고 버티려 했는데.. 가야겠다. 하하.. 하하하...

"이 녀석도 그 이후로 많이 느꼈을 거야. 요즘엔 그래도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려고 하는 것 같더라. 지금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잖아."

"야! 너네 둘! 잡담 그만! 전투태세 갖춰! 최전방에서 겁대가리 없이 누가 노가리를 까나!!"


우리 엄마 잔소리보다 훨씬 강력하고 묵직한 한방이 뒤통수를 후려친다.

내 몸에 대한 권리만 생각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다 하지 못했음에 반성한다.

이내 몸이 좀 더 뜨거워지고, 허리와 머리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구나.. 새삼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


그렇게 나는 병원으로 향한다.

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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