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보다 사람

어디에 있는지보다 누구와 있는지

by 쓸쓸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배려를 하는 일은 어렵다. 상대의 마음을 보고 공감을 할 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쉽지만은 않다.


회사를 다니던 때, 아주 작은 실수로도 질책을 받은 날에는 퇴근 후 집근처 버섯강정집으로 향했다. 반찬도 파는 곳이었는데, 어느날은 전을 부치셨다며 이쑤시개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전 한 조각을 콕 찍어 주시기도 했다. 물론 사장님은 장사가 목적이겠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 쉬울까? 게다가 음식도 맛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 갈 때마다 외할머니댁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외가와 친가에서 첫 번째 손녀와 조카의 자리를 오랫동안 집권(?)했던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가 외갓집 현관문을 열면, 친척들은 나를 보고 밝게 웃는 얼굴로 “쓸쓸이 왔어!”라며 항상 환대해 주었다. 직장에서는 모를 거고 알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그런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다.


일 때문에 지쳤던 나는 단지 무언가를 사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 것이 아니다.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서 간 것이다. 그곳에 가면 차가운 빌딩에는 없는 정을 느낄 수 있음을 여러번 방문했던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사대문 안에 있는 직장이라도, 보란듯이 사원증을 매고 있어도 괴로웠다. 지옥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동네 작은 시장 안, 좁지만 깨끗한 가게에서 환대를 받았던 날들은 나에게 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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