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사랑난다

by 쓸쓸

집 근처 건물에 편의점이 새로 들어왔다. 원래는 마트가 있던 자리였는데 언젠가부터 물건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갑자기 철거를 시작했다. 짝꿍과 내가 자주 가던 곳이라 우리는 당황했다. 갈 때마다 크게 인사해 주시는 아주머니를 볼 수 없어서. 물건을 사고 모으던 스티커들을 버려야 해서.


유리창과 난간이 설치될 때까지도 간판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우리는 궁금했다. 뭐가 들어올까? 리모델링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주인은 그대로일까?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간판이 보일 때까지.


한국이라 그런 것일까. 공사 속도가 새삼 빠른 것 같았다. 큰 평수는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선반이 들어오고 물건이 채워졌다. 오픈 예정 현수막이 달리고 나서야 우리는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우리는 알고나니 속이 후련했다. 짝꿍은 뭐든 집근처에 있는 슬세권을 선호하는데, 살고 있는 집이 드디어 편세권이 되었다며 좋아했다.


드디어 오픈일. 편의점에서 먹을 것도 사고 사은품도 야무지게 받았다. 마트 스티커를 모아도 받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와 찬장을 채우며 나는 말했다.

“우리 부자야! 먹을 거 되게 많아!”

“그러네! 우리 부자다!”

짝꿍이 맞장구를 쳐주었다.


곳간이 채워지니 든든하다. 이제 냉장고와 찬장을 터는 재미를 느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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