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친구가 괴롭히면 뭐라고 할 거야?

by 십이월에씀

"엄마, OO이가 내 역할은 유명하지도 않대."


최근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이 한창 유행을 했지요.

유치원 친구들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를 시청하지 않았어도

노래만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놀이도 한다고 합니다.

각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역할을 맡아서 역할 놀이를 하는 건가 본데

저희 아이는 주인공인 '루미, 조이, 미라'가 아닌 '셀린'이라는 역할을 맡았다고 해요.

아이는 작은 역할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는 친구가 아이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서 무척 속이 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었지요.

"너는 뭐라고 대답했어?"

역시나 아이는 우물쭈물 별다른 대답도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저희 아이는 항상 그래왔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걸 요구당할 때나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할 때에도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할 때가 많았습니다.

양보가 차라리 마음 편한 그런 아이였지요.

저는 그런 아이를 보며 답답해했습니다.

붙잡고 이런 말도 가르쳐 주었어요.

"네 마음만 있어? 내 마음도 있어!라고 해봐."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신나서 저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오늘 엄마가 가르쳐 준 '그 말'을 했다구요.

그래서 기분이 어땠냐고 하니 아주 좋았다고 했습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친구가 하자는 대로 해버렸다고 하네요.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런데 그런 아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본인이 입은 티셔츠가 너무 귀엽다며 친구에게 보여줄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걱정이 되어서 친구가 티셔츠를 예쁘지 않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어떻게 대답할 거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

"니가 안 예쁘다고 해도 내 눈에는 예쁘니까 괜찮아."


그동안 제가 몇 번이나 물어왔던 질문,

"친구가 OO 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야?"

에 대한 답을 아이는 자라면서 꾸준히 찾아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질문에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아무리 조급증이 나고 전전긍긍해도,

아이는 아이만의 시계에 맞춰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요.

이전 03화2. 어떤 역할 하고 싶어?